中·홍콩, 이젠 ‘주종관계’?… 전인대 참석 대표단에 ‘큰 소파→ 일반 의자’ 제공

입력 2016-03-07 20:38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에 참가한 홍콩 대표단이 6일 장더장 전인대 상무위원장과 회담할 때 앉은 의자와 자리배치 때문에 논란이 일고 있다. 2013년(사진 위)에는 고급스러운 소파에 앉았지만 올해는 평범한 의자에 앉았기 때문이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과 면담한 홍콩 전인대 대표들의 좌석 배치와 의자 종류 변화를 두고 뒷말이 나오고 있다. 홍콩의 위상이 중국과 대등한 것에서 벗어나 이제 ‘주종(主從) 관계’로 바뀐 것 아니냐는 뒷말이 나오고 있다.

7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전인대에 참석한 36명의 홍콩 대표단은 전날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장더장 전인대 상무위원장과 연례 회담을 가졌다. 이때 홍콩 대표들에게 직사각형 회의 탁자와 의자가 제공됐다. 1997년 홍콩 반환 이후 협탁이 딸린 큰 소파가 제공되던 기존 관행이 처음으로 바뀐 것이다. 중국과 영국은 1984년 12월 서명한 연합성명에서 홍콩 주권 반환 50주년이 되는 2047년까지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 원칙에 따른 고도의 자치와 집행권(행정권)을 홍콩에 보장하기로 약속했다.

일부 홍콩 대표단은 오전 9시 회담장에 들어서자마자 놀라움을 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면담에 참석했던 홍콩 대표들은 좌석 배치의 변경에 대해 정치적 의미를 부여하지 말 것을 당부하는 분위기다. 98년부터 홍콩 대표단으로 참석했다는 리타 판 대표는 “과거 우리는 중국 성(省)에서 온 대표들처럼 일하러 왔는데 마치 외국 손님처럼 보였다”면서 “이번 좌석 배치가 정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새 좌석 배치가 받아 적기에 더 편리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홍콩 언론인 칭 청은 “그동안 홍콩이 중국 성보다 약간 더 중요한 위치라는 데 대한 암묵적인 이해가 있었다”며 “최근 좌석 배치 변화는 중국 당국의 관점에서 홍콩이 더는 특별한 지위를 가지지 않으며 중국 성들과 같은 위치라는 것을 뜻한다”고 말했다.

홍콩을 바라보는 중국의 시선이 차갑게 변한 것은 이미 지난해 12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렁춘잉 홍콩 행정장관의 연례 면담에서부터 감지됐다. 당시 시 주석은 테이블 중앙 상석에 앉고 렁 장관은 측면에 앉아 부하 직원이 상사에게 보고하는 모습이 연상됐다.베이징=맹경환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