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평신도의 상당수는 여성이지만, 교단이나 교회 운영 과정에서 여성의 목소리는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 교단 총회의 총대 비율을 남녀 동률로 명문화한 해외 교회 사례는 여전히 먼 나라 이야기다. 지난 3일 한국기독교연합회관에서 ‘교회 개혁과 여성참여’를 주제로 열린 한국기독교장로회의 양성평등정책협의회에서는 양성평등을 실현할 수 있는 작지만 의미 있는 사례들이 소개돼 눈길을 끌었다.
충북여장로회 모임을 주도해온 오은숙(60·여) 보은 산들교회 장로는 “혼자 안 된다고 생각만 하지 말고, 함께 뭉쳐서 소리를 내야 한다”라며 “충북 지역 여성 장로들도 모임을 만들어서 함께 목소리를 냈더니 노회 분위기가 달라졌다”고 말했다. 여성 장로의 경우 노회 임원회에 가는 것도 꺼릴 때가 많았지만 충북여장로회를 만들어 함께 친교를 하고 교육을 받으면서 노회에 참석해 여성으로 목소리를 내는 것부터 ‘양성평등’을 실천하는 것이라고 격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노회 활동뿐 아니라 지역의 어려운 여교역자를 돕는 행사도 진행하면서 다양한 연대활동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사례 발표자로 나선 박승렬(서울 한우리교회) 목사는 “사회에선 남성들이 우대받지만 교회에서만큼은 아내들의 헌신과 노고가 존중받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주보에 가족 명기를 할 때 아내의 이름을 가장 먼저 적고 있다”고 소개했다. 박 목사는 또 “축도할 때도 항상 ‘하나님의 귀한 딸과 아들’이라고 분명히 말한다”며 “미국의 소수계층우대정책(Affirmative Action)처럼 교회에서만큼은 여성에 대한 우대정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남집사들이 ‘우린 언제나 2순위냐’고 불평하면 ‘교회에선 2순위가 되어도 아무 문제가 없지 않으냐’고 대답한다”며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 받은 사람들이 똑같이 존중받는 자녀로 살면 좋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서 기장 총회에 선교동역자로 와 있는 해외 목회자들이 해외교단 사례도 발표했다. 캐나다연합교회(UCC)의 고애린 목사는 “함께 하는 남성의 변화 없이 진정한 변화가 생길 수 없다”며 교회 남성 지도자의 동참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
기장 양성평등정책협의회 “교회 내 양성평등, 여성-남성 함께 작은 것부터 실천”
입력 2016-03-07 19: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