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는 갤러리다. 어떤 날은 공연장이다. 다른 날은 상담콘서트가 열리고, 또 다른 날은 독서모임이 진행된다. 주일에는 예배당으로 변한다. 이곳은 교회다. 국민일보의 기독교 문화예술 콘텐츠 네트워크 ‘마이트웰브’(mytwelve.co.kr)가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 아트스페이스노에서 선보이고 있는 아트교회(Art Church)의 프로그램들이다. 마이트웰브는 교회, 학교, 기업 등 6개 공간에서 공연, 전시, 교육 등 6개 사업을 통해 기독교 문화예술 콘텐츠를 공유하는 일을 한다. 문화예술 콘텐츠로 선교를 하는 것이다.
국민일보는 최근 서울 여의도 본사에서 ‘마이트웰브를 통해 어떻게 기독교 문화예술 콘테츠를 공유할 것인가’를 주제로 좌담회를 가졌다. 김석년 마이트웰브 운영이사회 의장, 장우형 서울장신대 교수, 고정민 홍익대 교수, 강내우 영산콘서바토리 교수가 참석해 문화선교에 대한 진지한 의견을 나눴다. 주희현 마이트웰브 사무국장의 사회로 진행됐다.
-문화예술의 잠재력과 가치는 무엇이고, 현재 기독교와 문화예술은 어떤 관계로 보는가?
△김석년 목사=1960∼70년대 교회는 선진문화예술의 센터였다. 교회에서 시를 배우고, 노래를 하고, 연극을 했다. 교회 인쇄소에서 책을 직접 찍어냈다. 등사기가 있었다. 가리방이라고(웃음). 가을엔 모든 교회에서 문학의 밤을 열었다. 여러 교회가 연합해서 연극제도 하고, 합창제도 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보니 교회가 과거의 문화적 잠재력을 잃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예술인과 함께 드리는 예배를 기획하기도 했다.
△장우형 교수=기독교 예술은 ‘소통’에 가치를 두고 있다. 하나님이 독생자를 보내신 것은 ‘말씀으로 창조하신 세상에 소통이 가능한 육체’를 보내신 것이다. 예수님을 통해 인간과 소통하고 그의 십자가를 통해 감동을 주시는 것은 기독교 예술이 추구해야 할 가치를 함축한다. 기독교 예술은 세상과 소통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강내우 교수=현대의 모든 예술문화의 뿌리는 교회에 있다. 기독교가 로마의 국교로 지정된 이후 1000여년 동안 서양의 중세는 음악, 미술, 조각 등의 예술분야는 물론이고 법, 건축, 교육, 상업, 심지어 노동자의 임금 책정까지도 성경에 근거했다. 마을의 중심에 교회가 세워졌고 교회는 세상 문화의 중심이었다.
-어떻게 크리스천 문화예술네트워크를 만들어갈 것인가?
△고정민 교수=저는 경영학 전공자로서 경제적 관점에서 얘기하겠다. 주일에만 교회가 붐비고 주중에는 교회가 비어 있다. 공간의 낭비다. 평일에 문화콘텐츠로 예배당의 가동률을 높여야 한다. 그렇게 하면 문화예술인들은 예술을 보여줄 수 있어 좋고, 지역주민이나 교인들은 그걸 누릴 수 있어 좋다. 문화예술에 소외된 이들에게 그걸 나누게 되고 지역 사회 문화도 풍부하게 한다.
△강 교수=전국의 6만여개 교회가 예배가 있는 주일, 수요일 등을 제외하고 텅 비어있다. 마이트웰브가 온라인에서는 기독교라는 카테고리 안에서 자유롭게 문화를 만들고 발전시켜 나갈 수 있도록 지원하고, 오프라인에서는 지역사회에 다양한 문화예술 공간으로 교회 건물이 제공될 수 있도록 모델을 제시하면 좋겠다.
△김 목사=개별적이고 산발적인 기독교계의 문화예술 활동과 사업을 연결할 필요가 있다. 마이트웰브가 기획자를 양성하고 전문가들을 연결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이 연결을 통해 사역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궁극적으로 창조주 하나님의 창조성(창세기 1장)을 회복시키는 것이 우리의 사명이 아닌가 한다. 아트교회가 많아졌으면 좋겠다.
목사들의 약점이 말씀으로 창의성을 높일 수 있다는 착각을 하는 것이다. 문화와 예술에 투자를 해야 한다. 교회들이 건물에 대한 투자를 한다. 좋은 건물을 세우곤 활용하지 않는다. 이건 낭비다. 그 건물을 문화콘텐츠로 채워야 한다.
△장 교수=교회가 공간 즉 ‘예배당’과 인적 자원 즉 ‘교인’이라는 자산을 기반으로 이 시대의 문화와 예술을 이끌어 나가야 한다. 시골의 작은 교회가 신문을 만들어 지역 사회에 이바지하고, 작은 도서관을 세워 주민들의 문화적 갈증을 해소할 수 있다. 교회가 전시회장으로, 음악회장으로, 무도회장으로, 실내 스포츠의 경기장으로 쓰이게 준비를 해야 한다.
-크리스천 문화예술네트워크를 통해 기대되는 사회적 효과는?
△고 교수=기독교와 문화예술의 공통점은 순수함이다. 하나님께 예배드리는 이들과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이들은 감성 면에서 비슷할 수 있다. 서로 관심 갖고 교류하다보면 접근성이 높아지고 친밀해진다. 문화예술이 매개가 돼 많은 사람들이 교회로 오갈 것이다.
문화예술은 사람들의 마음을 순수하게 한다. 베네수엘라의 ‘엘 시스테마(El Sistema)’를 봐라. 빈민층 아이들을 위한 오케스트라 시스템, 엘 시스테마는 음악교육을 통한 사회적 변화를 추구해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예술은 인간성을 회복시킨다.
△강 교수=그 교회가 세상 문화를 정화하고 교회 문턱을 낮춰 복음을 전하는 귀한 선교적 사명을 감당하게 된다. 바흐나 헨델은 유럽 교회에 고용된 음악가였다. 그들이 남긴 음악이 수 백년동안 우리의 마음과 세상을 정화시켜주고 있다. 목사님들이 교회 관리가 안 되고 어질러진다는 이유로 교회 개방을 꺼린다. 그 비용은 선교비라고 생각해야 한다. 교회가 어질러질수록 많은 사람이 교회에 온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오가는 교회가 좋은 교회 아닌가.
△장 교수=마이트웰브가 교회들에게 새 시대에 어울리는 ‘지역사회와의 소통 방법’을 제시 한다면 이제는 한국 기독교가 무너져가는 서구사회에 교회 모델을 역수출 할 기회가 올 지도 모른다.
-마이트웰브가 지켜야할 원칙을 제시한다면?
△장 교수=예수님이 세상에 오신 의미를 되새기면 첫째도 소통, 둘째도 소통, 셋째도 소통이라고 생각한다. 기독교 문화 예술은 상대편의 입장을 생각하고 그들을 이해하는 일에서 출발해야 할 것이다.
△김 목사=내가 교회를 개척할 때 했던 생각이다. 첫째 말씀으로 사람을 살리고, 둘째 기독문화를 살리고, 셋째 작은 교회를 살려야겠다고. 지금 마이트웰브가 선보인 아트교회 모델은 이 세 가지를 다 할 수 있는 교회다. 각 지역마다 이런 ‘아트교회’ 거점 교회가 나오도록 노력했으면 좋겠다.
△강 교수=마이트웰브가 예수의 열 두 제자처럼 ‘말씀’ 안에서 변화된 삶을 살도록 교회와 그리스도인을 돕고, ‘행함’으로 하나님을 전하기를 기대한다.
△고 교수=교회의 폐쇄성이 문제라는 생각이 든다. 문화예술이 윤활유 역할을 해 교회 문을 열어주면 좋겠다. 아트교회를 하려면 먼저 개방적이야 한다. 교인과 비교인 구분하면 콘텐츠 공유가 어렵다. 아트교회가 되고 싶은 교회는 컨설팅을 해야 한다.
그 교회의 사역가치와 지역사회 보유자원에 맞는 아트교회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이 모델을 교육할 수 있는 교육자가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그 공간을 채울 프로그램이 있어야 한다.
△김 목사=교회는 무언가 할 때 복음이라는 본질에 충실해야 한다. 또 창조적이어야 한다. 늘 새롭게 도전해야 한다. 그래서 감동을 줘야 한다. 감동 받은 이들이 하나님과 연결되어야 한다. 마이트웰브 콘텐츠가 ‘전도의 문’을 열어주는 역할을 할 수 있길 기대한다.
정리=강주화 기자 rula@kmib.co.kr
[좌담] 교회에서 어떻게 문화예술 콘텐츠를 공유할 것인가… “평일에도 생동하는 교회 만들자”
입력 2016-03-08 20: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