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회 통합을 위한 발기인대회가 7일 개최됨으로써 대한체육회와 국민생활체육회 통합 작업이 탄력을 받게 됐다. 정관 승인과 임원 선출을 마친 양 단체는 법정 시한인 이달 27일까지 통합 작업을 마칠 수 있게 됐다. 순조롭게 완료되면 엘리트체육과 생활체육 두 바퀴가 나란히 이끄는 선진 복지국가형 스포츠 행정 체제를 갖추게 된다. 물론 통합체육회가 아무 탈 없이 잘 운영될 때의 경우다.
통합 작업을 지켜보면서 가장 유감스러운 것은 체육회 통합을 체육인 자율적으로 해내지 못한 점이다. 뭔가에 쫓기듯 정부가 통합을 주도했고, 엘리트체육 본산인 대한체육회는 불만 가득한 모습으로 끌려다니기 일쑤였다. 초반 통합 추진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던 대한체육회는 실리조차 챙기지 못했다. 반면 일대일 통합으로 혜택을 입은 국민생활체육회는 정부의 치맛자락을 잡고 처음부터 정부 뜻에 순응하기만 했다. 이처럼 정부가 통합을 주도하면서 체육계의 자율성을 침해한 것은 깊은 상처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체육계는 명예를 최우선 가치로 여기는 집단이기 때문이다.
체육회 통합 작업은 이처럼 자율적이지 못했고 자주적이지도 못했다. 국내에서 자주적으로 진행해야 할 통합 작업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협의까지 끌고 간 것 자체가 국가 스포츠 리더십 부재 탓이다. 김종 문체부 2차관과 김정행 대한체육회장, 강영중 국민생활체육회장, 안양옥 통합준비위원장은 지난 4일 IOC 본부에서 페레 미로 사무차장 등 IOC 관계자들과 만나 체육회 통합을 위한 원만한 합의를 했다고 한다. 말이 협의지 달리 표현하면 잘못을 저질러 담임선생한테 호출당한 학생 같은 모습이다.
협의 결과 IOC는 통합체육회 창립총회 이전에 정관 내용을 IOC로부터 승인받아야 한다는 원칙을 고수했다. 다만 시기적으로 촉박한 한국의 상황을 고려해 정관을 총회 이후 승인하겠다는 절충안을 내놓았다. “IOC와 사전 정관 협의는 권고사항일 뿐”이라는 그동안의 정부 발표가 허구로 드러난 셈이다. 또한 정관에 문체부 승인을 받아야 하는 부분이 너무 많다는 IOC의 지적은 귀담아 들어야 할 내용이다.
두 번째로 지적하고 싶은 것은 통합체육회 출범 후 취해질 후속 조치가 준비돼 있느냐는 것이다. 후속 조치란 기존의 생활체육과 학교체육을 망라한 스포츠클럽 활성화를 말한다. 이번 체육회 통합도 사실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클럽 시스템으로 가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 전 국민이 스포츠클럽에 가입해 건강생활을 영위하고 소질 있는 스포츠 영재는 엘리트 선수로 키워나가는 시스템이다.
클럽 시스템은 초등학교 시절부터 운동에만 전념하는 기존 엘리트 선수 육성 시스템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이 작업이야말로 정부가 주도하지 않으면 안 된다. 또한 클럽 시스템은 수많은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 미국은 1930년대 경제 대공황 시기 뉴딜정책의 일환으로 전국에 운동장 3만5000개를 신설하거나 개보수하면서 지역 스포츠클럽을 집중 육성했다. 이 같은 스포츠 시설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인력을 대거 고용하면서 전국에 40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했다고 한다. 이처럼 통합체육회와 스포츠클럽은 최근 진행된 일련의 체육회 개혁 작업의 양 축인 셈이다.
통합체육회의 진정한 존재이유는 스포츠 쪽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면서 국민의 행복 증진에 기여하는 데 있다. 한편으로는 지나치게 생활체육 쪽으로 자원이 과잉 분배됨으로써 오는 부작용도 막아야 한다. 엘리트체육을 등한시함으로써 수십년간 국제 경쟁력이 크게 떨어졌던 일본의 전철을 밟아서는 안 된다.
서완석 체육전문기자 wssuh@kmib.co.kr
[돋을새김-서완석] 통합체육회의 明과 暗
입력 2016-03-07 17: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