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소극행정 징치, 방향은 좋으나 디테일 더 다듬어야

입력 2016-03-07 17:29
인사혁신처가 업무처리에 소극적인 공무원들에 대해 인사 불이익을 주겠다는 내용의 ‘공무원 징계령 시행규칙’ 개정안을 6일 입법예고했다. 제대로 일하지 않는 공무원은 감봉·견책 등 가벼운 처벌에서부터 경우에 따라서는 파면까지 시킬 수 있도록 강도 높은 내용을 담았다. 이르면 4월 늦어도 올 상반기 중에는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공무원의 복지부동(伏地不動)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인사혁신처가 작년 말 국민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부정부패와 함께 무사안일이 공무원들의 큰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흔히 공무원들을 ‘철밥통’으로 부르는 이유도 ‘적당주의’ ‘보신주의’ 때문이다. 정부 스스로 환부를 도려내겠다는 결정이 때늦은 감이 있다고 할 정도다.

그러나 인사혁신처가 규정한 ‘소극행정’의 기준이나 범위가 명확하지 않아 상급자의 자의적 판단에 의한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문제점이 있다. 개정안에 따르면 ‘비위의 정도에 따라’ 처벌의 경중을 구분토록 돼 있는데 ‘정도’에 대한 판단 근거가 명료하지 않다. 평가자 주관과 잣대에 따라 객관성과 공정성에 의문이 제기될 소지가 많다는 얘기다. 따라서 다수가 납득할 수 있도록 보완책이 요구된다. 그렇지 않을 경우 불복과 소송이 잇달아 공직사회에 혼란을 가져올 가능성이 있다.

일각에서는 공무원 줄세우기나 계급문화의 경직된 위계를 고착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지금도 민원 업무는 일정 처리기간을 넘기면 징계가 가능한데 지나치게 강화된 처벌 조항을 신설하는 것이 합리적이지 않다는 주장이다. 공직사회의 늑장업무는 근절돼야 마땅하나 효과를 극대화하는 방안에 대해 더 고민해야겠다. 미비점은 철저히 점검하고 분명한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비현실적인 제도를 만들어 공직사회만 술렁이게 했다는 비난을 받지 않기 위해서도 논란거리는 철저히 차단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