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탄압은 동서양을 불문하고 발생한다. 시도 때도 없이 일어난다. 독재·권위주의 정권이 비판적인 언론을 탄압한다. 테러집단은 언론인을 살해하고, 기업은 광고를 무기로 언론을 압박한다. 언론인 살해·납치·투옥·고문·해직, 언론사 폐쇄 등 탄압 수법도 다양하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박정희정권은 1970년대 독재에 항거하는 동아일보·동아방송 언론인 113명을 거리로 내몰았다. 동아일보와 계열사를 상대로 광고 탄압도 자행했다. 전두환 신군부는 80년 전국 64개 언론사를 18개로 통폐합했다. 신군부 입맛에 맞지 않는 언론사의 문을 닫았다. 칼의 강압에 눌려 언론인 1000여명의 펜이 꺾였다. 5일 별세한 허문도 전 국토통일원 장관이 통폐합에 깊숙이 개입했다.
인권 변호사 출신인 노무현 전 대통령은 기자실을 폐쇄했다. 이 조치에 대한 평가는 엇갈렸다. 노무현정부는 언론 개혁을 위한 조치였다고 했지만 일선 기자들은 취재 봉쇄로 받아들였다. 국제 언론인 인권보호 단체인 국경없는기자회는 해마다 세계언론자유지수를 발표한다. 한국은 노무현정부 시절보다 이명박·박근혜정부 때 연달아 순위가 떨어졌다.
가장 폭력적인 언론탄압은 언론인 살해 행위다. 지난해 세계에서 기자 110명이 무참히 살해됐다. 국경없는기자회는 ‘2015년 보고서’에서 “2014년 살해된 기자들 중 3분의 2는 전쟁터에서 숨졌지만 2015년에 64%는 전쟁터가 아닌 곳에서 목숨을 잃었다”고 밝혔다. 테러단체나 극단주의자들의 무차별적 폭력이 위험수위에 달했음을 보여주는 수치다.
터키 정부의 언론탄압이 세계 언론인의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이스탄불 법원은 4일 반정부 논조를 펼친 일간지 ‘자만’에 대해 법정관리 결정을 내렸다. 현재 기자 30여명이 수감된 상태다. 터키는 세계언론자유지수에서 지난해 180개국 중 149위를 기록했다. 언로(言路)를 막은 정권치고 잘되는 꼴을 본 적이 없다.
염성덕 논설위원 sdyum@kmib.co.kr
[한마당-염성덕] 언론탄압의 末路
입력 2016-03-07 17: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