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1일 밤 10시30분 강원도 원주 귀래면 귀운교회(기독교대한성결교회 소속) 김준수(45) 목사는 설교준비를 마치고 교회 건물에서 나왔다. 여느 때와 같은 밤이었다. 귀가 후 잠자리에 든지 얼마 지나지 않아 휴대전화가 울렸다. 교회 인근에 사는 주민의 전화였다. 다급한 목소리가 귓속을 파고들었다. “목사님 어떡해요. 교회에 불났어요.”
머릿속이 하얘지면서 식은땀이 등을 타고 흘렀다. 급하게 차를 몰아 교회로 향했다. 교회 안은 시뻘건 불길로 가득 차 있었다. 성도 몇 명과 소화기로 불을 끄려 했지만 허사였다. 교회는 40년 전 목재로 지었고 난방효과를 높이기 위해 지붕 아래에 왕겨를 쌓았다. 목재와 왕겨 때문에 불길은 쉽게 번졌다. 얼마 후 소방차가 도착했고, 소방관들이 화재진압에 나섰지만 건조한 날씨에 바람이 세차게 불어 진압이 쉽지 않았다. 약 3시간 후 불은 진화됐지만 교회 쪽으로 발걸음을 옮긴 김 목사는 주저앉고 말았다. 새벽녘 본당 안은 더욱 어둡고 컴컴해 보였다. 십자가, 강대상, 의자, 피아노 등 모든 것이 타버렸다. 김 목사는 6일 국민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3개월이 흘렀지만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 목사는 뒤늦게 목회의 길에 들어섰다. 이전 직업은 인테리어 기사였다. “어느 날 머리가 너무 아프고 몸이 안 좋아서 병원에 갔는데 마땅한 병명을 밝혀내지 못했어요. 도저히 방법이 없어 기도원에 들어갔죠. 며칠을 기도한 끝에 ‘하나님의 일을 하라’는 응답을 들은 뒤 거짓말같이 통증이 사라졌습니다.”
김 목사가 목회자가 되기로 결심한 그 시기는 결혼한 지 불과 한 달 밖에 되지 않았을 때다. 남편의 갑작스러운 결심에 아내는 놀랐지만 반대하지 않았다. 김 목사는 스물일곱에 기성 교단의 신학교육기관인 서울중앙신학원에 입학했다. 늦은 나이에 신학 공부를 시작했지만 소명이 뚜렷했기에 지치지 않았다. 졸업 후 사역지를 정할 땐 오직 기도에 의지했다. “하나님께서 강원도를 품으라는 응답을 주셨어요. 저는 인천이 고향이고 강원도에는 전혀 연고가 없었지만 그대로 따르기로 했습니다.”
김 목사는 강원도 횡성 안흥성결교회에서 부교역자로 본격적인 사역을 시작했다. 이후에도 강원도의 몇 교회를 거쳐 2014년 11월 귀운교회 담임목사로 부임했다. 김 목사는 “크지 않은 교회지만 어려운 이웃을 섬기는 데 최선을 다했다”며 “마을 어르신들에게 음식을 대접하거나, 교회 건물을 개방해 쉼터로 사용토록 했다”고 말했다. 이어 “가구 수가 얼마 되지 않는 작은 마을의 작은 교회지만 성도들과 가족같이 지내며 행복하게 목회를 했다”고 덧붙였다.
경찰 조사결과 화재는 교회 보일러실 안 낡은 전선이 합선되면서 발생한 것으로 밝혀졌다. 불은 보일러 기름에도 붙어 본당 안으로 옮겨 왔던 것이다.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소방서 추산 5000만원의 재산피해를 입었다. 화재 이후 귀운교회 성도 20여명은 마을 옛 노인정을 임시로 빌려 현재까지 예배를 드리고 있다. 김 목사는 “너무 참담한 심정이라 눈물도 안 나온다”며 “매일 하나님께 긍휼히 여겨 달라며 기도할 뿐”이라고 말했다.
이사야 기자 Isaiah@kmib.co.kr
[어려운 교회를 도웁시다-원주 귀운교회] 불타버린 목회 소명… 성도들 기도 중단할까 걱정
입력 2016-03-07 18: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