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글속 세상] ‘달리셔스’ 희망을 요리하는 길 위의 레스토랑 ‘푸드트럭’을 만나다

입력 2016-03-07 18:31
푸드트럭 ‘김치버스’에서 류시형 대표가 손님들이 주문한 음식을 만들고 있다. 세계 각국을 푸드트럭으로 돌며 한국의 음식문화를 알렸던 류 대표는 푸드트럭이 다양한 프로젝트의 형태로 지속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산나물 무침을 곁들인 타코’와 같은 개성 있는 퓨전 메뉴들을 선보인 그의 특별한 주방에선 여전히 새로운 메뉴가 개발되고 있다.
서울 자양동의 복합 문화공간 커먼그라운드에 위치한 푸드트럭 마켓. 컨테이너몰인 이곳에서 푸드트럭 마켓은 훌륭한 식당가 역할을 한다.
서울 장안동의 한 아파트 단지 정기장터를 찾은 김채한 셰프가 자신의 푸드트럭에서 주문 받은 파스타를 만들고 있다(왼쪽). 요리 재료에 정성껏 올리브 기름을 붓는 모습은 고급 레스토랑과도 별반 다를 바 없다.
운전석과 맞붙어 있는 취사시설은 푸드트럭만의 독특한 풍경이다.
지난달 23일 서울시청 별관에서 열린 ‘푸드트럭 규제개혁 방안 공청회’.
영화 ‘아메리칸 셰프’에선 고급 레스토랑을 그만둔 수석 주방장이 샌드위치 푸드트럭으로 미국 전역을 일주하며 새로운 꿈을 찾아가는 이야기가 등장한다. 영화에서처럼 푸드트럭은 국내에서도 창업자들의 새로운 희망으로 각광받았고, 정부 역시 일자리 창출의 대안으로 푸드트럭을 적극 홍보했다.

각종 규제에 바퀴가 묶여 있던 푸드트럭은 최근 들어 본격적으로 길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 서울시의 경우 관련 업계의 목소리를 수렴해 올 4월까지 푸드트럭 활성화를 위한 조례안을 마련키로 했다. 서울시는 현재 14대에 불과한 ‘합법적’ 푸드트럭을 향후 1000대까지 늘려갈 예정이다.

정책적으로 운영의 묘를 살린다면 푸드트럭은 음식을 통한 사회적 상생의 새로운 모형이 될 수 있다. 사람들은 곳곳에서 저렴한 가격에 개성 있는 음식을 즐길 수 있고, 열정 있는 셰프들은 투자금과 임대료 부담 없이 길 닿는 곳 어디로든 고객들을 찾아가게 된다.

지난해 6월 푸드트럭을 시작한 김채한(37) 셰프는 이탈리안 식당을 운영했던 경험을 살려 작은 트럭을 직접 개조한 이동 레스토랑을 ‘운전’ 중이다. 그는 “손님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요리할 수 있다는 매력이 크다”면서 “맛있는 음식으로 힐링하고 간다는 단골의 말에 보람을 느꼈다”고 미소 짓는다.

푸드트럭의 이런 장점을 극대화하기 위해선 기존 상권에 미칠 직간접적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창업자들의 자립 기반을 마련하는 일이 급선무다. 최근 많은 지자체들이 상권 보완적 공간(도심공원이나 하천변 등)에서 영업장을 개방하고, 신고 절차를 간소화하기로 선언한 것도 합법적인 푸드트럭을 늘리기 위한 처방이다.

푸드트럭의 장점이 이동성임에도 현행법상 푸드트럭은 영업장소를 지정받아 이동 없이 영업해야만 한다. 이율배반적인 규제의 틀 속에서 헛바퀴를 돌리던 푸드트럭이 시동을 걸면 다양한 공간에서 다채로운 식도락이 펼쳐지게 된다. 꿈과 열정 넘치는 셰프들이 오늘도 ‘길 위의 레스토랑’에서 맛있는 희망을 요리하고 있는 이유다. 사진·글=구성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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