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범죄사에서 대표적 미제사건으로 남았던 ‘O J 심슨 사건’이 22년 만에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경찰은 지난 4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열고 심슨(사진)의 전 자택에서 발견됐던 피 묻은 칼이 뒤늦게 증거품으로 입수됐다고 밝혔다.
1970년대 전미미식축구리그(NFL)를 대표하는 스타였던 심슨은 94년 6월 12일 전처 니콜 브라운 심슨과 남자친구인 로널드 골드먼이 니콜의 브렌트우드 자택에서 사체로 발견되자 이들을 살해한 혐의로 이듬해 형사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수백만 달러의 수임료를 받은 유명 변호사들로 구성된 변호팀은 혐의가 인종차별로 부당하게 씌워진 것이라고 주장해 무죄 판결을 받아냈다. 이후 97년 유족은 심슨을 민사법정에 불법사망(Wrongful Death·죽음에 책임이 있다는 뜻) 혐의로 고소했고, 배심원단은 유족 측의 손을 들어 심슨의 전 재산을 압류했다.
미 CNN방송에 따르면 심슨의 브렌트우드 자택 철거공사를 진행했던 공사장 인부는 2002∼2003년 사이 지인인 전직 경찰관 존 메이코트에게 칼을 건네줬다. 메이코트의 변호사는 “메이코트가 칼을 받자마자 경찰에 신고했지만 ‘이미 종료된 사건이기에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면서 “메이코트는 칼을 연장함에 넣어두고 몇 년간 잊고 지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세월이 지나면서 칼에 남겨진 혈흔이 부식된 점, 발견 당시에도 진흙더미에 묻혀 있던 점을 들어 제대로 된 검식이 불가능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만일 혈흔이 심슨의 것으로 입증되더라도 헌법상 이중처벌 금지 원칙 탓에 다시 재판을 여는 것은 불가능하다. 심슨은 2007년 라스베이거스의 한 호텔에서 스포츠 기념품 중개인 2명을 총으로 위협하고 기념품을 빼앗은 혐의로 구속돼 현재 네바다주 러브락 교정센터에서 복역 중이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
‘무죄’ O J 심슨 집서 피 묻은 칼 발견… 22년 만에 미제사건 새국면
입력 2016-03-06 2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