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선녀와 일본인 모모타로(복숭아 동자)가 사랑해 아이가 생겼습니다. 맞아요. 그게 바로 저희들입니다.”
지난 5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열린 ‘LG와 함께하는 사랑의 다문화학교’ 3기 졸업식에선 한국인·일본인 부모에게 태어난 다문화 학생 8명이 창작 연극을 선보였다. 한국의 ‘선녀와 나무꾼’ 이야기와 일본에서 유명한 ‘모모타로’ 이야기를 합쳐 대본을 만들었다. 모모타로는 ‘복숭아에서 태어난 남자 아이’로 일본 동화 주인공이다. 선녀가 나무꾼과 사랑에 빠지는 게 아니라 모모타로와 사랑에 빠진다는 ‘다문화 버전’의 사랑 얘기. 다문화가정 아이들이 직접 자신의 얘기를 하고 싶어 이런 연극을 만들었다고 한다.
다문화 학생 59명은 2014년 3월부터 2년 동안 교육을 마치고 다문화학교 3기 졸업생이 됐다. 이들은 그동안 한국외대와 카이스트에서 언어과정과 과학과정을 이수했다. 대학생 멘토와 교수진의 교육을 받아왔다.
한국인 아버지와 중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박가영(15)양은 언어과정에서 중국어를 배웠다. 박양은 “아무래도 엄마는 중국어가 편하니 이제 서로 중국어로 속 깊은 얘기까지 할 수 있게 돼 기쁘다”며 “중국어를 공부하며 어머니를 더 이해하고 더 사랑하게 됐다”고 졸업 소감을 밝혔다. 어머니도 한국말을 할 줄 알지만 ‘엄마 나라의 말’로 엄마와 대화하면서 더 가까워진 것 같다고 했다. 외교관을 꿈꾸는 박양은 “두 나라를 모두 알아가고 있다. 한국과 중국을 잇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했다. 꿈을 이루기 위해 올해 서울국제고등학교에 입학했다.
다문화학교에는 비슷한 환경의 또래 친구들이 있었다. 서로의 속상한 얘기를 나누고 위로하며 큰 힘을 얻었다고 한다. 박양은 “학교 친구들이 엄마가 외국인이라고 놀려 속상할 때면 다문화학교에서 만난 친구들과 서로 위로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한국외대에서 한국학을 공부하고 있는 일본인 가와무라 미사키(27·여)씨는 지난 2년간 일본인 엄마를 둔 학생 4명에게 일본어를 가르쳤다. “엄마 생일에는 엄마 나라 말로 엄마 마음속에 들어가고 싶다”며 일본어로 편지 쓰는 걸 도와달라던 학생이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가와무라씨는 “일본어를 가르치는 것보다 아이들이 스스로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도록 하는 게 더 어려웠다”고 말했다. 한·일 양국의 외교 관계가 안 좋아지면서 어린 학생들이 학교생활에서 겪은 어려움을 여러 번 털어놔 놀랐다고 한다. 한·일전 축구 경기라도 있는 날이면 학교 친구들이 “너는 일본 응원하겠다”며 놀려 다문화 학생이란 사실에 스트레스를 받는 아이가 많다는 것이다. 가와무라씨는 “졸업하는 아이들에게 ‘너는 두 나라의 매력이 있는 아이’라는 걸 꼭 말해주고 싶다”고 했다.
김판 기자 pan@kmib.co.kr
“엄마나라 말로 소통 더 사랑하게 됐어요”… LG 다문화학교 3기 졸업식
입력 2016-03-06 19: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