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중국경기에 대한 불안감과 국제유가 하락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국내 외환보유액이 튼튼한지에 대한 논란이 재차 부상하고 있다. 정부는 한국의 외환보유액이 충분하다는 입장이지만 국제 기준으로 봤을 때 충분치 않다는 전문가의 지적도 적지 않다. 국제결제은행(BIS) 기준을 갖다 대면 적정치보다 1500억 달러 넘게 부족하다는 분석도 있는 반면 국제통화기금(IMF) 분석으로는 한국의 외환보유액이 충분하며, 불필요하게 외환보유액을 늘릴 경우 관리비용 부담만 커진다는 반론도 있다.
◇최대 1563억 달러 부족하다는 분석도=외환보유액은 한 국가의 비상 자금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불안할 때 안전판 역할을 한다.
한국은 1997년 외환위기를 겪은 이후 외환보유액을 늘려 왔다. 97년 12월 39억4000만 달러까지 줄었던 외환보유액은 2001년 9월 1000억 달러, 2005년 2월 2000억 달러를 넘어섰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해 상승세가 주춤하기도 했지만 다시 상승세가 계속돼 지난달 기준 3657억6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세계 7위 수준이다. 그럼에도 외환보유액이 부족하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은 이미 외환위기를 겪은 적이 있고, 우리 경제가 소규모 개방경제여서 외국 자금 유출입 규모가 크기 때문이다.
외환보유액 적정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국제적으로 정해진 기준은 없다. 각 나라의 환율제도, 자본 자유화 정도, 경제발전 수준, 외채 구조 등이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다만 학계 등은 일반적으로 BIS 기준을 사용한다. 2001년부터 사용된 BIS 기준은 경상수입대금 3개월치에 유동외채, 외국인 주식 투자자금의 3분의 1을 더한 액수다. 특히 전문가들은 한국 경제가 소규모 개방경제로서 자본 거래가 활발하고,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투자 비중이 30%에 달할 정도로 높기 때문에 BIS 기준이 적절하다고 말한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지난 1월 BIS 기준에 2014년 말 기준 적정 외환보유액 규모는 약 4045억 달러라고 분석했는데, 이는 실제 외환보유액보다 409억5000만 달러 많은 액수다. 전경련은 “유동외채의 경우 장기외채 중 만기가 1년 이내로 돌아오는 부분을 포함하기 위해 단기외채의 2배로 추정하기도 한다”면서 “이 경우 실제 보유액은 적정 외환보유액(5198억3000만 달러)에 약 1563억 달러 못 미치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BIS 기준에 외국인 채권 투자액을 포함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김미자 숙명여대 경제학 박사는 ‘한국의 경제위기 안정성 확보를 위한 적정 외환보유액 추정’이란 보고서에서 “외국인 증권투자 중 채권시장 규모가 점차 커지고 있는 추세”라면서 “한국의 적정 외환보유액을 산정하기 위해서는 외국인 채권투자 규모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외국인 채권 투자액은 평균 만기인 3년을 고려해 BIS 기준과 마찬가지로 3분의 1을 적용한다. 외국인 채권 투자액이 약 100조원이니 이를 고려하면 적정 외환보유액 부족분은 약 300억 달러가 늘어나는 셈이다.
◇IMF는 한국 외환보유액 충분하다고 인정=일부의 우려와 달리 정부는 현재 외환보유액이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국회에서 열린 경제 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외환보유액이 양적으로는 세계 7위 수준이고 장기채 비율이 높아 질적 구조도 예전보다 낫다”며 “경상수지 흑자가 지속되고 있는 점을 감안한다면 현재 외환보유액 규모가 절대 모자란 것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유 부총리가 현재 외환보유액에 자신이 있는 건 IMF의 보고서 때문이다. IMF는 지난해 5월 내놓은 보고서에서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외부 충격에 대한 완충 역할을 하는 데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또 외환보유액이 필요 규모 이상으로 많으면 오히려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반론도 있다. 관리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정부는 원화를 팔아 달러를 사는데, 이때 정부는 통화안정증권 등을 발행한다. 그러면 이자비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IMF의 2013년 연례 협의보고서를 보면 한국의 외환보유액 유지 비용은 7조3000억원에 달한다.
세종=윤성민 기자 woody@kmib.co.kr
[Wide&deep] 외환보유 규모 정말 괜찮나… 외화곳간, 정부는 든든하다는데 일각 “부족” 우려 커져
입력 2016-03-07 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