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정부가 반(反)정부 성향 논조를 유지해 온 최대 일간지 ‘자만(Zaman)’에 대해 법정관리 결정을 내렸다. 언론자유 수호를 외치는 시위대는 격렬하게 저항하면서 경찰과의 유혈사태가 빚어졌다.
영국 BBC방송 등은 5일(현지시간) 이스탄불의 자만 본사 앞에서 독자와 자만 지지자 등 500명 규모의 시위대가 경찰과 충돌해 부상자가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경찰은 “언론 자유를 위해 싸우겠다” 등의 구호를 외치는 시위대에 해산을 요구하며 최루가스, 물대포, 고무탄 등을 사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자만은 이날 발행된 신문에서 “터키 언론 역사상 가장 어두운 날 중 하나”라고 밝혔다. 신문 편집장 압둘하미트 빌리치와 칼럼니스트 등은 해고됐다. 기자들은 트위터를 통해 회사 내부 서버로의 접속이 차단됐으며 기사를 전송하거나 이메일을 보내는 작업이 불가능해졌다고 알렸다. 빌리치는 전날 “벽에 기사를 써서라도 자유 언론은 계속될 것”이라며 “디지털 시대에 언론을 잠재운다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일 발행부수 65만부의 일간지 자만은 그간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에 대해 신랄히 비판해 왔다. 터키 정부는 에르도안 대통령의 정적이자 터키 출신 온건 이슬람학자인 페툴라 굴렌이 주도하는 사회개혁 캠페인인 ‘히즈멧 운동(Hizmet movement)’에 자만이 관련돼 있으며, 히즈멧 운동은 테러리스트 단체와 관련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검찰은 자만과 그 계열사가 “테러리스트 조직을 찬양하거나 도왔다”며 4일 법정관리를 선고했다.
터키는 국경없는기자회가 발표하는 세계언론자유지수에서 지난해 180개국 중 149위를 차지했다. 터키에선 지난해 말 일간 줌 휴리예트의 칸 뒨다 편집장과 에르뎀 귈 앙카라 지국장이 간첩죄와 국가반역죄 등 혐의로 구속되기도 했다. 유럽기자연맹(EFJ)은 “터키 정부가 자만을 정치적으로 장악한 것에 대해 유럽연합(EU)이 침묵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공권력에 쫓긴 터키의 언론 자유… 최대 일간지 법정관리 결정
입력 2016-03-06 2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