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가 미성년 자녀에게 별도의 대리인을 선임해주지 않고 상속재산을 분할할 경우 그 합의는 무효라고 대법원이 판단했다. 부모·자녀 간에도 이해가 충돌할 수 있는 재산 분할의 특성을 고려한 판결이다.
A씨(56)의 남편은 2011년 사망했다. 남편이 소유하고 있던 부동산을 둘러싸고 상속분쟁이 벌어졌다. 남편의 형제자매 5명은 부동산을 아버지가 남긴 것이니 자신들 몫을 달라고 주장했다.
A씨는 자신과 미성년자인 딸, 남편의 형제자매 5명이 부동산을 나눠 상속하는 1차 합의를 했다. 이 과정에서 딸을 자신이 대리했다. 시누이 등 5명은 자신들 몫의 부동산을 일단 A씨 명의로 등기하고, 대신 A씨를 채무자로 20억원 근저당권을 설정했다. 부동산 중 농지를 취득할 자격요건을 갖추지 못해 진행한 추가 합의였다.
그런데 A씨는 이런 합의가 무효라는 소송을 냈다. 민법 921조는 부모가 자녀의 이해관계와 충돌할 수 있는 행위를 할 때 법원에 자녀의 특별대리인 선임을 청구토록 규정하고 있다. 대리인 없이 자신이 딸을 대리했으니 그 합의는 무효이며 근저당권 설정도 무효라고 주장했다. 남편의 형제자매들은 “A씨가 주도해 합의해놓고 효력을 부정하려 한다”고 맞섰다.
1·2심은 모두 A씨 손을 들어줬다. 민법 921조가 미성년 자녀를 보호하기 위한 강행규정인 점을 고려했다. 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도 이런 원심을 확정했다고 6일 밝혔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
대법 “부모가 자녀 대리해 재산 분할 합의한 건 무효”… “특별대리인 선임 안한 잘못” 판시
입력 2016-03-06 2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