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국민연금기금을 활용해 공공임대주택 국공립어린이집 확충 등 공공부문에 투자하겠다는 20대 총선 공약을 지난 주말 내놓았다. 국가가 매년 10조원씩 10년간 총 100조원의 공공투자용 국채를 발행하고 이를 국민연금기금이 사들이는 방식으로 재원을 마련한다는 것이다. 앞서 국민의당은 이 기금을 재원으로 35세 이하 청년과 신혼부부용 임대주택을 짓겠다고 발표했다. 선거 때만 되면 정치권은 국민연금을 꺼내 쓸 궁리를 한다. 연금기금 운용 방식에 정치권이 개입하는 것, 연기금을 정책자금으로 돌려쓰려는 과거부터의 관행 등 둘 다 기본 원칙에 어긋난다.
더민주의 공약은 몇 가지 단기적 효과가 기대됨에도 불구하고 더 큰 장기적 폐해를 끼칠 것이라는 점에서 이에 반대한다. 우선 공공투자용 특별채권으로 조달된 돈이 투자되는 공공사업이 대개 수익성과는 무관하다. 국공립어린이집의 선호도가 높은 것은 좋은 교사와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면서도 돈이 적게 들기 때문이다. 즉 정부나 지자체가 세금으로 이를 보조하는 덕분에 가능한 서비스다. 공공임대주택도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는 하나 시장가격을 무시한다는 점에서 기본적으로는 마찬가지다. 더민주는 국채를 매입하니 원금과 약정 이자가 보장된다고 주장하지만 사업 적자는 결국 세금 인상으로 전가되거나 연금기금 수익률 저하로 이어질 게 뻔하다.
다른 폐해는 정부가 사회복지 수요 증가에 상응하는 세율 인상과 과세 대상 확대 등 세제 개편을 미루는 빌미가 될 것이라는 점이다. 우리나라의 사회복지 부문 지출은 2014년 기준 국내총생산(GDP)의 10.4%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21.6%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세금을 더 거두는 일은 정치인이건, 납세자건 꺼릴 수밖에 없는데 복지정책 재정수요 증가분을 국민연금에 크게 기대면 세금 인상과 세제 개편의 적기를 놓치게 될 것이다. 정부가 늘어나는 공공부채를 지난해처럼 담뱃세 증세와 같은 편법으로 해결하려 하면 그렇지 않아도 지나치게 높은 간접세 비중이 더 커질 우려도 있다. 세제의 소득재분배 기능은 더 악화된다.
국민연금기금이 뭉칫돈을 공공복지 인프라에 투자할 경우 물론 당장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경기부양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그러나 국민연금기금은 정부가 국민과 기업인을 대상으로 강제로 갹출해 조성한 것이다. 더구나 국민연금은 세금에 비해서는 물론 4대 사회보험 가운데서도 소득재분배 기능이 약한 편이다. 기금 수익률이 낮아지고 기금 고갈 시기가 앞당겨지면 저소득층의 피해가 상대적으로 훨씬 더 크다. 미래세대의 부담 역시 더 늘 수밖에 없다. 정부가 세금을 거둬 해야 할 사업을 국민연금기금에 기대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위험하기까지 한 까닭이다.
[사설] 국민연금기금 공공부문 투자 장기적으로 위험하다
입력 2016-03-06 17: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