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루즈, 4곳 중 2곳 승리… 트럼프 ‘대항마’ 급부상
입력 2016-03-07 04:01
테드 크루즈 미 상원의원이 ‘슈퍼 토요일’로 불린 5일(현지시간) 공화당의 대선 후보 지역별 경선에서 캔자스와 메인 2곳에서 승리하며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의 질주에 제동을 걸었다. 크루즈는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과 존 케이식 오하이오 주지사에게 경선을 중단하고 트럼프에 대항하는 후보 단일화를 하자고 제안했다. 트럼프는 켄터키와 루이지애나에서 승리를 챙겼지만 ‘슈퍼 화요일’의 압승으로 공화당의 대세 후보로 떠오른 상황에서 체면을 구겼다.
민주당의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캔자스와 네브래스카 2곳에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꺾었다. 클린턴 전 장관은 루이지애나 1곳에서 승리를 거둬 겨우 체면치레를 했다.
◇크루즈, 트럼프 대항마로 부상=크루즈는 캔자스 코커스(당원대회)에서 48.2%의 득표율을 얻어 23.3%에 그친 트럼프를 크게 이겼다. 루비오는 16.7%에 머물렀고, 케이식은 10.7%였다.
캔자스의 선거결과는 의외였다. 최근 여론조사들은 트럼프의 승리를 예고했다. 포트헤이스세인트대학이 지난달 19∼26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트럼프가 26%의 지지율을 얻어 크루즈(14%)를 12% 포인트 앞섰다. 이달 초 트라팔가그룹의 여론조사도 트럼프가 크루즈를 6% 포인트 차로 이길 것으로 예상했다.
이 때문에 밋 롬니 전 공화당 대선후보가 선거 직전인 지난 3일 트럼프를 “대통령 자질이 없는 사기꾼”이라고 비난하는 등 공화당의 주류들이 트럼프 낙마를 위해 총공세를 펼친 것이 당원들에게 먹힌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가 패배한 곳은 모두 당원들만 투표하는 코커스였다.
이날 승리로 모두 6곳에서 승리한 크루즈 의원은 단번에 트럼프 대항마로 부상했다. 트럼프는 12곳에서 1위를 했다. 크루즈 의원은 “공화당원들이 트럼프가 되면 안 된다는 위기의식에 뭉친 것”이라고 주장했다.
크루즈 의원은 메인 코커스에서도 45.9%의 득표율로 32.6%에 머문 트럼프를 앞섰다. 루비오 의원은 이곳에서 8.0%밖에 얻지 못해 존 케이식 오하이오 주지사(12.2%)에게도 뒤진 꼴찌로 밀려났다.
크루즈 의원은 켄터키 코커스와 루이지애나 프라이머리(예비선거)에서 2위에 머물렀지만 트럼프의 턱밑까지 쫓아가는 선전을 펼쳤다. 켄터키에서 트럼프의 득표율은 35.9%, 크루즈의 득표율은 31.6%였다. 루이지애나에서 트럼프는 41.4%, 크루즈는 37.8%를 각각 얻었다. 두 곳 모두 4% 안팎의 격차였다.
크루즈는 이날 선거로 대의원 64명을 확보하면서 누적 대의원 수를 295명으로 늘렸다. 트럼프는 이날 대의원 49명을 보태는 데 그쳤지만 누적 대의원 수는 378명으로 여전히 1위다. 하지만 격차는 83명으로 줄었다. 공화당의 대선후보로 지명 받으려면 과반인 대의원 1237명 이상을 확보해야 한다.
◇샌더스, 추격 불씨 살렸지만=민주당의 샌더스 의원도 캔자스와 네브래스카에서 클린턴 전 장관을 꺾고 대의원 47명을 확보했다. 그러나 이날 치러진 선거에서 가장 대의원이 많이 걸린 루이지애나를 놓쳐 아직 클린턴을 쫓아가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클린턴은 루이지애나 한 곳에서만 1위를 했지만 이날 55명의 대의원을 확보했다. 클린턴은 이로써 1121명의 대의원을 확보했으나 샌더스 의원은 479명에 불과하다. 민주당은 공화당과 달리 승자독식제를 채택하는 지역이 없어 현재 추세가 이어진다면 샌더스가 판세를 뒤집기에는 힘이 부쳐 보인다. 민주당의 대선후보 지명 조건은 대의원 2383명 이상이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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