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알파고 ‘세기의 대결’… “이세돌 승리에 100% 건다” vs “알파고 계속 진화, 완승할 것”

입력 2016-03-07 04:02
이세돌 9단과 구글 딥마인드 인공지능 알파고가 펼치는 역사적인 바둑 대결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지난달 22일 서울 성동구 한국기원에서 이 9단(왼쪽)이 알파고 개발사가 있는 영국 런던과의 화상연결을 통해 데미스 하사비스 딥마인드 CEO와 손을 마주치고 있다. 서영희 기자
이번 대국을 관전하기 위해 8일 방한하는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 뉴시스
이세돌(33) 9단과 인공지능 컴퓨터 ‘알파고(AlphaGo)’가 펼치는 역사적인 바둑 대결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이 9단과 알파고는 9일 첫 대결을 시작으로 15일까지 5차례 대국을 펼친다. 장소는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이다. 100만 달러의 상금이 걸린 세기의 대결을 앞두고 영국 BBC와 아랍권의 알자지라 방송 등 해외 취재진이 속속 입국하고 있고, 알파고 개발사인 구글의 에릭 슈미트 회장도 관전을 위해 8일 방한한다.

관심사는 온통 인간과 컴퓨터 가운데 누가 이길 것이냐에 쏠려 있다. 전망은 극단적으로 갈린다. 바둑계 인사들은 세계 정상의 실력을 보유한 이 9단이 승리할 것으로 예상한다. 아직은 인간이 컴퓨터보다 우위에 있다는 자신감이 배경에 있다. 반면 인공지능 전문가들은 알파고의 승리를 예측한다. 이들은 알파고가 계속 진화 중이므로 지금은 지더라도 가까운 장래에는 인공지능이 인간을 능가할 것으로 확신한다. 개발사인 구글 딥마인드 측은 둘의 승률은 반반이라는 입장이다.

아직은 인간이 이긴다

당사자인 이 9단은 5전 전승을 내비치며 강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그는 “보통 5판 둬서 3판 이기면 이기는 건데 4판 이기고 한 판이라도 지면 내가 졌다는 생각이 들 것도 같다”고 밝혔다.

12살에 입단한 이 9단은 이창호 9단의 뒤를 이어 세계 정상에 선 한국을 대표하는 천재 기사다. 최근 중국 신예 커제 9단에게 연패하며 자존심에 금이 갔지만 여전히 그는 ‘인간계’를 대표하는 최고의 기사 중 한 명이다. 현 세계랭킹 1위인 커제 9단도 “알파고와의 대결에서 이 9단이 이긴다는 데 100%를 걸겠다”고 말했다. 그는 “제 경험상 프로가 된 다음에도 정상급 기사가 되려면 시간이 오래 걸린다”면서 “짧은 시간에 프로에 입단한 실력으로 정상급 기사를 이기기는 사실 어렵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알파고는 지난해 10월 유럽 챔피언 판후이 2단을 5대 0으로 눌렀다. 당시 기보를 분석한 프로기사들은 알파고가 프로 5단 정도의 실력이었으며 5개월 만에 이 9단을 이길 수는 없으리라는 예측이었다.

프로 바둑기사 출신 IT전문가인 김찬우(6단) ‘인공지능바둑’ 대표는 “아직은 알파고가 이 9단을 이기기는 힘들다”면서도 “다만 알파고가 전투에 강한 데다 초읽기에 들어가면 확률 계산에서 우월하므로 이 9단이 자칫 방심하면 패할 수도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알파고가 이긴다

알파고의 승리를 전망하는 측은 알파고가 계속 진화한다는 것에 주목했다. 김진호 서울과학종합대학원 빅데이터 MBA 주임교수는 알파고의 완승을 예상하는 전문가다. 바둑의 ‘덤’에 대한 통계적인 분석으로 유명한 김 교수는 “바둑의 경우의 수는 10의 800승 정도로 슈퍼컴퓨터라 해도 최적의 수를 찾기 어렵지만 ‘딥러닝(Deep Learning)’과 여러 첨단기법이 정교하게 결합하면서 인공지능이 비약적으로 발달했다”고 말한다.

구글 딥마인드 측은 지난 1월 알파고가 100만 번의 대국을 4주 만에 소화했다고 전했다. 알파고는 자체 신경망끼리 수천만 번의 바둑을 두면서 시행착오를 통한 강화학습을 해 최근 기량이 급성장했다고 한다. 최근에는 중국의 정상급 기사가 딥마인드 본사가 있는 영국 런던을 방문해 알파고의 진화를 도왔다는 얘기도 있다.

서완석 체육전문기자 wssu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