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3월 둘째 주는 세계 녹내장 예방 주간이다. 세계녹내장협회(WGA)와 세계녹내장환자협회(WGPA)는 성인 실명의 주요 원인인 녹내장을 널리 알릴 목적으로 예방 주간을 제정한 뒤 해마다 각국에서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녹내장은 시각 정보를 뇌로 전달하는 시신경이 손상되는 안질환이다. 처음에는 보는 범위(시야)가 조금씩 줄어들다가 나중에는 시력도 덩달아 떨어진다. 안압이 높을 때는 물론 혈액순환 이상, 가족력, 고도근시, 고(高)연령, 인종양 등 여러 요인이 녹내장 발생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눈 속의 압력(안압)은 눈이 정상적인 기능을 유지하는데 꼭 필요하다. 하지만 안압이 너무 높으면 망막의 시신경섬유층에 부담을 주고, 그 영향으로 시신경이 손상된다. 안과의사가 안압을 녹내장 진단과 치료 효과를 평가하는 주요 척도로 삼는 이유다.
가톨릭의대 여의도성모병원 안과 문정일 교수는 “보통 노화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는 40대 이후에 발병하지만 20대 젊은이라도 안압이 비정상적으로 높으면 녹내장 발생 여부와 상관없이 안과 정기검진을 받으며 추이를 지켜보는 것이 좋다”고 당부했다. 녹내장은 서서히 진행되는 경우가 많아 자각증상이 초기에는 거의 없고 병이 상당히 진행된 후에 나타나기 때문이다.
녹내장으로 시신경이 손상되기 시작하면 불빛이 퍼져 보이거나, 달무리가 보이거나, 안개가 낀 듯 앞이 뿌옇게 보이거나, 눈에 통증이 있고, 물체가 어른거리며, 시야의 일부분이 잘 안 보이는 증상이 나타난다.
녹내장으로 손상된 시신경을 회복시킬 방법은 아직 없다. 그 상태에서 약물치료나 수술로 시신경이 더 손상되지 않게 막거나 손상 속도를 늦추는 정도만 가능할 뿐이다. 녹내장은 조기발견 노력 못잖게 꾸준한 치료가 중요하다고 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녹내장 치료의 기본은 시신경 손상을 유발하는 수치 아래로 안압을 낮추는 것이다. 안압을 1㎜Hg 낮추면 녹내장 진행을 10% 감소시킬 수 있다는 보고가 있다. 안압을 조절하는 방법으로는 약물요법, 레이저 치료, 수술이 있다. 다른 질환과 마찬가지로 먼저 약물과 레이저로 치료하고 안 되면 수술을 하는 게 일반적이다.
녹내장에 걸리지 않으려면 평소 생활습관을 개선해 안압을 조절하고 조기발견을 위한 정기검진을 받는 게 가장 중요하다. 특별한 증상이 없더라도 40세 이후부터는 1년에 한번씩 매년 정기적으로 안과를 방문, 안압과 시신경 상태를 검사하는 것이 권장된다.
꼭 알아야 할 점은 근시가 있는 사람이 근시가 없는 사람에 비해 녹내장에 걸릴 위험이 높다는 것이다. 근시가 심한 눈은 그렇지 않은 눈에 비해 앞뒤 축이 길기 때문에 눈을 지지하는 구조물의 두께가 상대적으로 얇고, 버티는 힘도 약하다. 따라서 근시가 있는 눈의 망막신경섬유는 압력이나 혈액순환과 같은 요인에 의해 쉽게 손상 받고, 그 결과 보이는 범위가 점점 좁아져 결국 시력도 약해지는 과정을 밟는다고 문 교수는 설명했다.
다행히 근시로 인해 발생하는 녹내장은 대개 진행이 빠르지 않다. 초기에 발견해 적절한 치료와 검사를 받는다면 대부분 일상생활에 큰 지장을 주지 않는다. 따라서 근시가 있는 경우 젊을 때부터 스스로 특별한 증상을 느끼지 못하더라도 주기적으로 안과에서 녹내장 검진을 받는 것이 좋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안압 높은 근시 녹내장 주의보… 녹내장 주간 알아보는 예방법
입력 2016-03-08 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