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사진) 전 브라질 대통령이 국영 석유기업 비리와 연루돼 4일(현지시간) 경찰에 체포됐다고 BBC방송 등이 보도했다. 브라질 경찰은 이날 국영 석유사 페트로브라스의 부패와 돈세탁 관련 수사 과정에서 룰라 전 대통령의 불법 혐의를 포착하고 그를 체포해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룰라 전 대통령이 페트로브라스 고위직 인사 개입 과정에서 벌어진 뇌물 사건과 관련해 불법적 이득을 얻은 증거를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200명의 연방 요원을 동원하고 33건의 수색영장과 11건의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룰라의 자택과 연구소, 부인과 아들들 관련 주소 등을 긴급 수색했다. 지금까지 수십명의 기업 임원과 정치인들이 페트로브라스와 계약을 맺으면서 가격을 과대 계상하고 이 중 일부를 뇌물로 사용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체포되거나 조사받고 있다.
빈민층 출신 좌파 지도자로 2003년 대통령에 취임한 룰라는 대통령직을 연임하면서 큰 인기를 누렸으나 2010년 퇴임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부패 의혹에 연루됐다.
현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이 룰라의 노동자당 후계로 연임에 성공했으나 지난해부터 탄핵 위기에 몰리고 있다. 룰라는 2010년과 2014년 대선에서 호세프 대통령의 당선과 재선을 이끄는 등 퇴임 후에도 남미 중도좌파의 대부이자 브라질 정치권의 막후 실력자로 꼽혀 왔다. 룰라는 최근 2018년 대선 출마 의사를 밝혀 대선가도에 난관이 예상된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
룰라 前 브라질 대통령, 국영석유사 비리 혐의 체포
입력 2016-03-05 0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