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회가 4일 예정에 없던 기자회견을 통해 1차 경선 지역과 단수·우선추천 지역을 발표한 것은 공천 관련 잡음을 덮기 위한 ‘물타기’ 성격이 짙다. 새누리당은 최근 1주일 새 ‘현역 의원 40명 살생부’ 논란을 시작으로 공천심사용 여론조사 결과 유출 의혹 등 각종 파문에 휩싸였다.
◇친박 김태환 첫 현역 탈락, ‘TK 물갈이’ 신호탄?=공관위 발표 중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경북 구미을 현역인 김태환 의원의 공천 탈락이다. 김 의원은 친박(친박근혜) 3선의 중진인 데다 당을 발칵 뒤집어놨던 살생부 명단에도 이름을 올렸었다. 김 의원은 2013년 국회 안전행정위원장이었을 때 경찰 간부를 폭행했다는 의혹 등이 공천 심사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전해졌다. 이한구 공관위원장은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후보자들에 대한 각종 자료를 꼼꼼히 검토하고 개인 소명을 듣는 등 과거 어느 때보다 공정하고 엄격한 심사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대구·경북(TK) 지역에선 ‘친박 논개’ 작전이 현실화된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급속도로 번졌다. 친박계가 궁극적으로 비박(비박근혜) 의원들을 쳐내기 위해 먼저 자파 인사를 공천에서 배제시킨다는 시나리오다. TK의 한 의원은 “상황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했다.
경선에 나갈 기회도 얻지 못하고 공천에서 배제된 예비후보들은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부산 사하을에 출마한 석동현 전 부산지검장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정체성이 의심스러운 인사를 인지도가 높다는 이유로 단수추천한 것은 유감”이라며 “무소속 출마 등 여러 가능성을 열어 놓고 심사숙고하고 있다”고 했다. 최고위원회의 의결 절차가 남아있지만 최고위가 반대하더라도 공관위가 재적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재의결하면 확정된다.
우선추천 지역으로 선정된 서울 노원병과 관악갑(이상 청년), 경기 부천원미갑과 안산단원을(이상 여성)도 공천 윤곽이 선명해졌다. 부천원미갑에서는 이음재 예비후보가 유일한 여성이고, 안산단원을에선 박순자 전 새누리당 최고위원과 이혜숙 전 경기도당 부위원장의 1대 1 구도가 만들어졌다.
우선추천 지역은 중앙당 ‘국민공천배심원단’의 심의를 거쳐야 하는데 새누리당은 아직 배심원단을 꾸리지도 못했다. 공관위 발표가 쫓기듯 진행됐음을 보여주는 방증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공관위 관계자는 “경선 일정을 더 늦출 수 없어 이견 없는 지역을 서둘러 발표한 것”이라고 했다.
◇“野 낙선시킬 ‘킬러’ 우선공천”=이날 이 위원장은 야당 의원을 낙선시킬 ‘킬러’를 사실상 전략공천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우선추천제를 강성 야당 의원이 지키고 있는 지역구에도 적용한다는 얘기다. 그는 “지난 몇 년간 국정 발목만 잡고 민생은 외면했던 야당 의원들이 있다”며 “그런 사람들이 출마하는 곳에는 우리로서도 킬러를 투입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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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3-05 00: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