밋 롬니 前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 “트럼프는 공화당의 재앙”… 주류 대공세

입력 2016-03-04 20:52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로 유력한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와 공화당 지도부의 돌이킬 수 없는 전쟁이 시작됐다. 2012년 공화당 대선 후보를 지낸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는 트럼프를 가리켜 “사기꾼이자 대통령 될 자격이 없는 사람”이라고 몰아붙였다. 롬니 전 주지사의 공격에 발맞춰 연방의원 22명은 트럼프를 지지하지 않겠다고 선언했고, 전직 국토안보부 장관 등 안보전문가 65명은 트럼프에 반대하는 공개서한을 발표했다. 이에 트럼프는 “패배자가 누구를 가르치려 드느냐”며 “불공정한 대우를 받으면 제3당 후보 출마도 검토하겠다”고 반발했다.

롬니 전 주지사는 3일(현지시간) 솔트레이크시티의 유타대 연설에서 “트럼프는 정직하지 못하며 약자를 협박하고 여자를 혐오하는 인물”이라면서 “만일 공화당이 트럼프를 대선 후보로 지명한다면 공화당의 재앙이며 이 나라의 자살행위가 될 것”이라고 2012년 대선 당시 자신을 공개 지지한 트럼프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롬니 전 주지사는 “트럼프의 공약은 (사기 혐의로 기소된) ‘트럼프 대학’의 학위처럼 쓸모없으며 그는 대통령이 될 성정이나 판단력을 갖추지 못했다”며 “유권자들의 분노를 이해하지만 트럼프 대신 테드 크루즈나 마르코 루비오, 존 케이식 등 다른 후보에게 표를 던져야 한다”고 호소했다.

공화당의 전직 대선 후보가 유력 대선 후보를 공개적으로 비판한 것은 1912년 이후 처음이라고 뉴욕타임스는 보도했다.

롬니의 강도 높은 트럼프 비판 발언은 오는 8일 경선을 치르는 4개 주 중 미시간과 아이다호 유권자들에게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미시간은 롬니가 어린 시절을 보낸 곳이자 그의 선친인 조지 롬니가 주지사를 지낸 곳이며, 아이다호는 롬니와 같은 모르몬교도들이 많이 살고 있는 지역이다.

공화당의 2008년 대선 후보 존 매케인 상원의원도 “국가안보에 관한 트럼프의 지각없고 위험한 발언에 우려를 표한다”고 가세했다.

또 밴 새스 상원의원과 마크 샌포드 하원의원 등 연방의원 22명은 트럼프가 공화당 대선 후보가 되더라도 그를 지지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마이클 처토프 전 국토부 장관을 비롯한 보수 진영의 외교·안보 전문가 65명도 공개서한을 발표하고 이슬람교도 입국 저지와 불법이민자 저지를 위한 장벽 건설 등을 공약으로 내건 트럼프를 비판했다.

당 주류가 일제히 공격에 나서자 트럼프는 분통을 터뜨렸다. 2012년 대선 당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출생지 의혹을 제기하면서 롬니의 선거를 적극 도왔던 트럼프는 이날 메인주 포틀랜드 유세 도중 “롬니는 (2012년 대선에서) 처절하게 패배한 사람”이라며 “패배자가 누굴 가르치려 드느냐”고 조롱했다. 그는 자신이 부당한 대우를 받으면 무소속이나 제3당의 후보로 출마하는 것도 불사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트럼프의 공화당 최종 후보 지명 가능성이 높아지자 공화당에선 중재 전당대회를 통해 트럼프를 막아야 한다는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중재 전당대회는 경선에서 과반 지지를 받는 후보가 나오지 않으면 당 지도부 중재로 최종 후보를 선출하는 제도다. 공화당 1인자인 폴 라이언 하원의장을 대선 후보로 만들기 위한 슈퍼팩(정치자금위원회)이 결성됐고, 롬니도 최측근 고문들에게 트럼프를 저지할 가능성이 있는지 검토하라고 지시했다고 CNN이 보도했다.

‘슈퍼 화요일’ 경선 이후 이날 처음으로 열린 공화당 TV토론에서 트럼프와 루비오는 각각 ‘꼬마 루비오’ ‘빅 도널드’라고 맞받아치며 기싸움을 벌였다. 트럼프는 “손가락이 짧아 신뢰할 만한 사람이 아니다”라는 루비오의 공격에 두 손을 들어 보이며 “내 손 좀 봐라. 이것들이 작다면 다른 무언가도 작을 것”이라며 성적 농담을 해 청중을 당황시켰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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