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사드 배치해도 南 타격 가능’ 협박용… 300㎜ 신형 방사포 공개 이유

입력 2016-03-04 21:15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 ‘광명성 4호’를 발사한 지 2주 뒤인 지난달 21일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 인근 도로에서 트럭 5대가 포착됐다. 오른쪽 사진은 같은 날 촬영된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의 모습. 차량과 사람들의 움직임을 미뤄볼 때 발사장 유지·보수 작업이 진행 중인 것으로 추정된다. 38노스 홈페이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가 핵탄두를 ‘실전 배치’했다고 밝힌 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채택한 대북제재 결의 2270호에 대한 반발로 우선 풀이된다. 그동안 북한은 매체를 통해 핵능력을 여러 번 과시해 왔으나 최고지도자가 직접 실전 배치까지 언급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대남 위협 수단으로 탄도미사일이 아닌 대구경 방사포를 선택한 점도 주목해볼 만하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의 한반도 배치가 논의 중인 상황에서 ‘사드가 배치되더라도 얼마든지 남한을 타격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방사포 로켓은 탄도미사일과 달리 저고도로 날아오기 때문에 사드로는 요격이 어렵다.

북한이 이번에 발사 장면을 공개한 방사포는 300㎜ 구경 ‘KN-09’로 추정된다. 최대 사거리가 180∼200㎞여서 평택 미군기지는 물론 우리 군 지휘부가 있는 충남 계룡대까지 타격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은 이외에도 107㎜와 122㎜, 240㎜ 등 다양한 구경의 방사포로 수도권을 위협하고 있다. 2010년 연평도 포격 도발 때는 122㎜ 방사포가 사용됐다.

조선중앙통신은 4일 “3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연구·개발·완성된 신형 대구경 방사포는 남조선 작전지대 안의 주요 타격 대상들을 사정권 안에 두고 있는 정밀유도체계를 갖춘 첨단 장거리 대구경 방사포 체계”라고 보도했다. 시험사격에서 파편지뢰탄, 지하침투탄, 산포탄 등 여러 종류의 포탄이 사용됐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신형 방사포 개발이 김 제1비서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통신은 “(김 제1비서는) 지금으로부터 4년 전인 2012년에 현대전에 대처할 수 있는 우리 식의 강위력한 타격 수단인 신형 대구경 장거리 방사포 개발을 직접 발기(제안)했다”면서 “지난 3년간 개발 단계의 대구경 방사포 시험사격을 무려 13차례나 화선에서 직접 지도했다”고 밝혔다.

미국의 북한 전문 웹사이트 ‘38노스’는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장거리 미사일 발사장에서 미사일 엔진 시험을 준비 중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광명성 4호’ 발사 2주 후 발사장 인근 도로에서 트럭 5대가 위성사진에 포착됐는데, 이런 움직임은 발사장 증축 공사나 로켓 엔진 시험 때 주로 나타났다고 38노스는 설명했다. 다만 주변 설비나 식물에 그을음이 포착되지 않아 엔진 시험은 아직 이뤄지지 않은 듯하다고 결론지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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