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 빚 1억 → 회삿돈 5억 → 회사 주식 28억… 점점 커진 ‘딴 주머니’

입력 2016-03-04 18:53
몸담고 있는 회사 주식을 수십억원어치 몰래 처분해 자신의 주식투자금과 생활비로 쓴 자산관리 담당자가 구속 기소됐다. 카드빚 1억원을 막기 위해 시작된 범행은 눈덩이처럼 규모가 커져 33억원이 넘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배용원)는 회사 보유주식을 개인적으로 매도해 33억여원을 빼낸 혐의(특경가법상 배임 등)로 대형 제지업체 H사의 자금관리 담당 이모(46)씨를 구속기소했다고 4일 밝혔다. 이씨는 범행을 숨기기 위해 금융거래조회서, 위탁잔고확인서 등을 허위로 작성, 회계감사 등에 활용한 혐의(사문서위조 및 위조사문서행사)도 받고 있다.

주식투자 실패로 카드빚이 1억원에 달했던 이씨는 2001∼2004년 회사 출자금을 임의개설 계좌로 돌려서 받아 5억원가량 유용했다. 이렇게 빼돌린 공금을 주식투자로 채워 넣겠다며 2004년부터는 회사 주식을 임의로 처분해 개인 투자에 사용하기 시작했다. 채워 넣기는커녕 몰래 빼내는 돈만 점점 불어났다. 지난해 말까지 168차례 28억6000여만원을 빼냈다.

이런 사실을 들키지 않으려고 원본을 본떠 만든 금융거래조회서 양식에 회사가 주식을 여전히 보유한 것처럼 거짓 기재했다. 외부감사 때면 회계사가 자리를 비운 사이 위조한 서류를 원본 대신 끼워넣으며 범행을 숨겼다. 2010년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이 받아든 서류에도 의결권 주식이 허위 기재돼 있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