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제재 과정서 美 기류 변화… 사드 배치‘산 넘어 산’

입력 2016-03-04 21:33 수정 2016-03-05 00:45
한·미가 우여곡절 끝에 4일 미국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의 한반도 배치를 논의할 공동실무단을 출범시켰지만 협상과정은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북한 핵·미사일 도발에 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 결의 2270호 채택 과정에서 보듯 미·중 힘겨루기라는 주변국 정세와 배치 지역, 지역주민 반발 등 쟁점사항이 적지 않다.

◇사드 레이더, 과연 안전한가=한·미 실무단이 우선 해결해야 하는 사안은 사드 레이더의 인체 유해성 여부다. 국방부는 한국에 배치될 사드의 종말모드레이더(TBR) 인체 유해 범위는 전방 100m 정도라고 강조하고 있다. 게다가 사드 포대가 레이더 전방 500∼600m에 배치되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배치 지역 주민에게는 유해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사드 1개 포대가 배치돼 있는 괌 미군기지에서 2012년과 2015년 실시된 환경영향평가보고서에 따른 주장이다.

하지만 미 육군 교범은 레이더 전방 3.6㎞까지는 비인가자의 출입을 금지하고 있다. 비인가자 출입 금지가 레이더 전자파의 유해성 때문인지 군사기밀 사안 때문인지는 분명치 않다. 실무단은 미 정부의 공식적이고 정확한 자료와 설명을 토대로 유해성 정도를 분명히 밝혀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배치 지역 및 비용=사드 배치가 북한 미사일 요격이 주 목적인 만큼 북한의 공격을 가장 잘 막아낼 수 있는 곳이 선정돼야 한다. 그러나 어느 곳이 가장 적절한지에 대해 양국 간 이견이 있을 수 있다. 미국으로서는 주한미군 방어에 일차적인 목적이 있는 만큼 주한미군기지 중심으로 고려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군 시설이 들어오는 것을 싫어하는 주민 반발이 강하게 표출될 가능성이 있다. 벌써부터 후보지로 거론되고 있는 대구와 부산 기장, 강원 원주, 경기 평택, 전북 군산 등에서는 반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미군은 평택 지역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비용은 일단 도입과 배치, 운용비용은 미국이 부담하고 한국은 배치 부지와 기반시설을 제공하는 것으로 정리가 됐다. 하지만 어디까지를 기반시설로 보느냐에 따라 비용이 달라진다. 또 기존 군 기지가 아닌 지역이 선정되거나 군 기지에 배치되더라도 추가 부지가 필요할 경우 부지 구입비용으로 우리 측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

◇배치 시기=사드 배치 시기는 당초 미국이 서두르고 한국은 신중한 입장이었다. 하지만 유엔 안보리에서 북한 제재 결의를 이끌어내는 과정에서 미국 기류가 변했다. 사드 협의의 미국 측 실무를 맡고 있는 한미연합사는 지난달 23일로 예정됐던 한·미 실무단의 운영약정 체결을 돌연 연기했다. 미 정부와 협의가 끝나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일각에서는 유엔 안보리 결의안 채택을 놓고 사드 배치를 중국 압박용 카드로 활용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지난달 23일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워싱턴에서 회담한 뒤 “사드 배치를 서두르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에 대한 초강경 안보리 결의안이 채택됐지만 중국이 성실히 이행하지 않으면 기대됐던 실효성을 거두기 힘들다. 중국에 대해 지속적으로 신경을 써야 하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사드 배치 시기가 상당기간 지연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국방부가 약정 체결 후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사드 배치 가능성에 관해 협의해갈 것”이라고 조심스러운 표현을 사용한 것도 이 때문이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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