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과 야권 통합 등을 둘러싸고 여야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싸움들이 갈수록 가관이다. 음모가 판치고 사실상 상대방 비방이 목적인 날 선 공방만 오간다. 국민은 안중에 없고 정치적 이익만 노리는 행태라고밖에 볼 수 없다.
새누리당에서는 엊그제의 살생부 파동이 가시기도 전에 총선 후보 경선과 관련된 내부 여론조사 결과로 추정되는 문건이 유출됐다. 당 산하 여의도연구원의 조사라는 설명이 붙은 이 문건은 60여개 지역구의 여론조사 결과다. 이름이나 수치 등 일부가 틀리기도 하지만 당 관계자들은 대체로 자동응답(ARS) 조사 결과를 누군가 작성해서 SNS를 통해 의도적으로 유포시킨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문건의 진위를 떠나 음모 냄새가 물씬 난다.
연이은 살생부와 문건 유출 파문은 새누리당 공천이 친박 비박으로 갈려 얼마나 지저분한 권력다툼으로 변질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18대, 19대 국회의원 공천 때의 ‘학살’ 논쟁이 표현만 바뀌었을 뿐 그대로 재현되고 있는 것이다. 상향식 공천이니, 개혁이니 하면서 충돌하는 친박과 비박은 지금 여당에 대한 민심이 어느 정도까지 악화됐는지를 모르는 것 같다. 마치 선거 승리는 당연하다는 듯한 오만함마저 보이고 있다. 역대 선거는 그런 오만함에 항상 엄중한 책임을 물었다. 당 회의실 뒤에 붙어 있는 ‘한순간 훅 간다’는 표어는 건성으로 써놓기만 한 모양이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보여주는 한심함은 그들이 내걸었던 혁신과 새정치를 온데간데없는 것으로 만들어놓았다. 김종인 더민주 대표의 야권통합론은 진정성보다는 국민의당을 교란시키기 위한 노회한 술책으로 여겨진다. 김 대표의 ‘아니면 말고’ 식의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흔들기 전략은 정권심판론으로 몰고가야 할 야권 전체의 동력을 약화시킨다. 통합으로 선거 승리를 노리거나 최소한 수도권 선거 연대를 성사시키기 위한 것이라는 논리도 있지만 이런 거친 방식으로는 공방만 오가며 서로 상처만 낼 뿐이다.
김 대표의 말 한마디에 우왕좌왕하는 국민의당도 안타깝다. 지지율이 한 자리까지 떨어지는 지경까지 오게 된 것은 안 대표의 책임이 크다. 낡은 진보를 청산하고 제3의 합리적 개혁정당을 만들겠다는 취지는 없어지고, 호남에 기댄 채 새 인물은 눈에 보이지도 않는다. 게다가 더민주를 탈당한 사람들이 고작 한 달 만에 다시 통합 제의에 솔깃 하는 모습은 새정치보다는 자기 당선에만 관심 있다는 뜻이다. 새정치는 온데간데없어져 버렸다. 선거 한 달여를 앞두고 3개 정당에는 모두 혁신은 고사하고 구태만이 계속 판치고 있다. 국민을 우롱하는 정치다.
[사설] 음모가 계속 판치는 與, 진흙탕 싸움만 하는 野
입력 2016-03-04 17: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