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절 앞두고 찾아온 바흐 최고의 걸작 ‘마태수난곡’

입력 2016-03-07 04:00

‘수난곡(Passion)’이란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受難)을 주제로 한 일종의 오라토리오(종교적 극음악)다. 어떤 복음서를 바탕으로 했는지에 따라 마태수난곡, 요한수난곡, 마르코수난곡, 루가수난곡으로 나뉜다. 본래 부활절 전의 1주일을 가리키는 성(聖)주간에 교회에서 불려졌다.

올해 3월 27일 부활절을 앞두고 해외에서 마태수난곡으로 정평이 난 두 연주단체가 잇따라 한국을 찾는다. 3월 15일 대구콘서트하우스와 16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공연하는 성 토마스 합창단&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와 26일 통영국제음악당 무대에 서는 바흐 콜레기움 재팬이 그 주인공이다.

◇‘바흐 음악의 최고봉’ 마태수난곡=바흐(1685∼1750)는 평생을 교회음악 작곡에 헌신했다. 특히 독일 라이프치히의 성 토마스 교회에서 칸토르(음악감독)로 27년간 활동하는 동안 5개의 수난곡을 남겼다. 하지만 현재 요한수난곡(1723)과 마태수난곡(1729)만 완전한 형태로 남아있다. 두 작품 모두 합창음악의 결정체로 꼽히지만 마태수난곡은 여러 세기에 걸쳐 발전해 온 음악적 표현 수단들이 전부 집약된 대작으로 평가받는다. 78곡으로 구성된 마태수난곡에는 합창단과 오케스트라 외에 6명의 독창자가 나온다. 이 가운데 테너는 일종의 해설자로 복음사가 마태의 말씀을, 베이스는 예수의 말씀을 노래한다.

클래식계에서는 이 곡이야말로 바흐의 모든 것이 들어있다는 찬사를 보낸다. 하지만 바흐 당대에는 진가를 인정받지 못해 비평가들로부터 교회음악으로는 적당하지 않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이에 실망한 바흐가 더 이상 수난곡을 쓰지 않겠다고 결심했을 정도다. 마태수난곡은 바흐 사후 장기간 연주되지 않아 일반인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졌다.

초연 이후 100년이 지난 1829년 젊은 작곡가 겸 지휘자 멘델스존이 도서관에서 잠자고 있던 악보를 발견해 베를린에서 다시 무대에 올렸다. 멘델스존은 이 작품을 완벽하게 재현하기 위해 2년간 리허설을 했다고 알려졌다. 작품은 교회음악을 넘어 클래식계에서 인기 있는 레퍼토리 중 하나가 됐다.

그런데 마태수난곡을 비롯해 수난곡 연주가 끝난 뒤에는 관객들이 박수를 치지 않는 게 에티켓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매번 수난곡 연주 때마다 연주자들에게 박수와 환호를 보내지만 수난곡이 예수의 고난과 죽음을 다룬 만큼 자제해야 한다. 대신 수난곡이 가지고 있는 깊은 여운을 느끼며 돌아가면 된다.

◇색깔 다른 두 마태수난곡 연주=내한하는 성 토마스 합창단&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와 바흐 콜레기움 재팬은 세계 클래식계에서 바흐 음악으로 높은 권위를 자랑한다.

성 토마스 교회에 소속된 성 토마스 합창단은 마태수난곡을 비롯해 바흐의 교회음악 대부분을 초연했다. 그야말로 바흐 음악의 원류를 잇는 연주단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성 토마스 합창단과 긴밀한 관계를 이어온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는 273년 역사의 세계 최고(最古)의 관현악단이다. 마태수난곡을 다시 무대에 올린 멘델스존이 종신 지휘자로 있었던 곳이기도 하다. 성 토마스 합창단&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가 한국에서 마태수난곡을 연주하는 것은 이번이 네 번째지만, 앞서 세 번 다 매진에 가까운 티켓 판매를 기록했다. 이번 공연은 17대 칸토르인 고톨트 슈바르츠가 지휘를 맡는다.

바흐 콜레기움 재팬은 동양인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유럽에서 바로크음악의 거장으로 인정받은 하프시코드 연주자 겸 지휘자 스즈키 마사아키가 1990년 창단한 원전연주단체다. “바흐의 심장박동을 그대로 느끼는 지휘자”라는 찬사를 듣고 있는 스즈키는 200곡이 넘는 바흐 칸타타 전곡을 녹음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 전집 음반은 톤 코프만, 존 엘리엇 가드너, 니콜라우스 아르농쿠르 등의 녹음과 더불어 걸작으로 분류된다. 바흐 콜레기움 재팬이 통영국제음악제에서 선보이는 마태수난곡 공연에는 한국 고음악 연주단체 바흐솔리스텐 서울도 함께 한다. 테너 박승희, 바리톤 가쿠 도루, 바리톤 박승혁, 소프라노 송승연, 카운터테너 정민호 등 한국과 일본의 성악가들이 협연할 예정이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