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성기철] 톤레삽湖의 ‘원 달러’

입력 2016-03-04 17:31

캄보디아 중심부에 위치한 톤레삽 호수. 동남아 지역 최대 담수호로 우리나라 경상도 면적과 맞먹는다. 캄보디아 전체 국민 단백질 수요의 60% 이상을 공급할 정도로 어획량이 풍부하며, 세계 최고의 일몰 비경을 자랑한다.

요즘 이곳에 한국인 여행객들이 줄을 잇는다. 베트남 난민과 그 자손들이 주로 사는 수상가옥촌을 구경하기 위해서다. 세계 7대 불가사의에 속하는 앙코르와트를 보러 왔다가 자연스럽게 들르는 곳이다. 지난해 초 심혜진 박명수 등이 출연한 KBS ‘용감한 가족’에 소개되면서 찾는 사람이 더 늘었다.

지난 주말 내가 가본 수상가옥촌은 온통 황토색이었다. 흙탕물 같은 호수에 무질서하게 떠 있는 가옥들, 난민촌이란 이름이 딱 어울리는 듯했다. 나름 학교와 약국도 있고 마트와 당구장, 노래방도 눈에 띄었다. 내부를 제법 화려하게 장식하거나 꽃밭을 갖춘 집도 있지만 비위생적인 화장실은 대책이 없어 보였다. 모든 배설물은 정화 과정 없이 곧바로 호수에 흘러들고, 주민들은 그 물로 빨래와 세면은 물론 설거지까지 한단다. 먹는 물로만 생수가 공급된다고 했다.

캄보디아 청년이 노 젓는 쪽배를 타고 가옥 주변에 접근하자 10세 내외 꼬마들이 경쟁적으로 물에 뛰어든다. 머리와 손만 겨우 내놓은 채 ‘원 달러’ ‘천원’을 외친다. 돈 건네는 모습을 보고는 이웃 젊은 여성이 갓난아기를 쪽배에 싣고 와서 손을 내민다. 1달러짜리가 금방 동날 수밖에.

호수 곳곳에 가설된 수상가옥촌에는 현재 1만5000여명이 살고 있다. 1975년 베트남 전쟁 종전으로 월남 지역이 공산화되자 많은 사람이 해외로 빠져나갔다. 보트피플과 달리 국경을 맞댄 캄보디아로도 탈출했다. 하지만 공산세력이 집권한 캄보디아가 환영했을 리 만무하다. 오갈 데 없는 신세로 물 위에서 대를 이어 살게 된 이들은 대부분 무국적자다. 고기잡이가 생업이지만 관광객 상대 구걸을 마다하지 않는다.

이 사람들, 이 아이들은 언제쯤에나 뭍으로 나가 살 수 있을 것인가. 귀국해서까지 ‘원 달러’ 소리가 귓전에 맴돈 건 비단 나 혼자만이 아닐 것이다.

성기철 논설위원 kcs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