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유소에선 기름만? 식사·세탁 안 되는 게 없네… 침체 주유소업계 ‘복합’ 바람

입력 2016-03-04 19:40
경기도 용인시 SK 죽전셀프주유소(왼쪽)와 광주광역시 GS칼텍스 21세기주유소 전경. 각 사 제공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정문 앞에 위치한 에쓰오일 경일주유소는 세탁편의점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고객들은 차량에 기름을 넣는 사이에 주유소 내 편의점에서 물건을 구입하거나 세탁전문점에 옷을 맡긴다. 세탁물은 2∼3일 정도 지나 받을 수 있다. 이 서비스는 주변 방송국, 오피스텔 고객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어 하루 이용 고객만 30여명에 달한다.

최근 과열경쟁으로 침체를 겪고 있는 주유소업계에 ‘복합주유소’가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복합주유소는 설계 단계부터 패스트푸드, 편의점과 같은 유통 소매점 입점을 고려해 개발한 신개념 주유소다. 주유소를 단순히 기름만 파는 곳이 아닌 다양한 서비스를 소비할 수 있는 복합공간으로 변모시킨 것이 특징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SK 브랜드의 주유소 중 패스트푸드, 커피숍 등이 결합된 복합주유소 수는 2013년 43개에서 2014년 53개, 2015년 65개로 꾸준히 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패스트푸드와 협업한 ‘드라이빙 스루(Driving Thru)’ 매장 인기가 가장 높다. SK 브랜드의 복합주유소 중 드라이빙 스루 매장 수는 2013년 전국 35개에서 최근 53개로 대폭 증가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드라이빙 스루 매장의 장점인 주유와 식사를 한번에 해결할 수 있는 편의성이 소비자들에게 어필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복합주유소는 주유소들이 수익성 악화에 시달리는 가운데에도 고정적 임대수익을 보장받을 수 있는 데다 타 업종 입점으로 유동성이 좋아져 영업에도 플러스가 되는 ‘일석이조’의 장점이 있다. 실제 지난해 6월 SK에너지가 서울 영등포구에 문을 연 양평주유소는 복합건물에 맥도날드, 패션 아울렛, 피자스토어 등이 입점했고, 3∼5층은 일반 사무실로 임대 중이다. 양평주유소가 임대를 통해 벌어들이는 수익은 월 약 1억원에 육박한다. 또 다양한 이유로 주유소를 찾는 고객이 늘어나면서 양평주유소 기름 판매량은 복합화 이전과 비교해 100% 증가했다.

GS칼텍스도 2001년부터 주유소에 패스트푸드점, 커피전문점, 제과점을 입점시키며 50여곳의 복합주유소를 운영하고 있다. 최근에는 자동차 판매점, 주차장, 프리미엄 손세차, 경정비 센터를 입점시키는 등 업종 범위를 더욱 확장하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지난해 12월 경기도 고양시 화정동에 복합주유소 현대셀프 화정점을 오픈했다. 현대셀프 화정점은 인근지역 유동인구와 차량 동선 등을 고려한 6개월여간의 상권 분석을 통해 패스트푸드점과 결합한 ‘복합주유소’로 꾸며졌다.

에쓰오일은 패스트푸드점이 결합된 복합주유소 4곳을 운영 중이다. 에쓰오일은 꽃 배달 서비스 및 렌터카 알선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주유소 운영자들이 소자본 무점포로 운영하는 사업을 적극 발굴하도록 장려하고 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복합주유소는 안정적인 수익기반을 확보할 수 있고, 기름판매도 늘어나는 매력적인 사업”이라며 “앞으로도 다양한 서비스 분야와 결합한 복합주유소가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