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의 인공지능(AI)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AlphaGo)와 이세돌 9단 간의 대국이 화제다. 알파(α)는 그리스어 첫 문자로 ‘처음’이나 ‘으뜸’을 의미하고, ‘가다’라는 의미로 익숙한 고(Go)는 명사로서 바둑을 뜻한다. 굳이 번역하자면 ‘으뜸바둑’이라고나 할까. 알파고가 기 개발된 바둑 프로그램들을 494승 1패의 압도적 전적으로 연파하고 으뜸임을 입증하였으니, 세계 최강 기사에게 도전하는 것은 예상된 한 수이다.
1950년 중반 이후 50여년간의 AI 연구에도 불구하고 슈퍼컴퓨터는 ‘개’와 ‘고양이’도 제대로 구분하지 못했다. 이는 기계적 학습을 통해 이들을 구분하는 데 엄청난 양의 정형화된 데이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종마다 다른 특징과 개체 간 변이를 정량화해 이들을 정의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AI 기술이 주목한 것은 ‘경험’이다. 사람의 신경구조를 모방한 ‘인공신경망’에 기초한 AI는 반복학습(경험)을 통해 데이터에 내재된 확률 규칙을 인지하는 기술로 다양한 특징이나 행동의 확률적 빈도를 분석하고 학습한다. 2010년까지 이러한 신경망은 평면적 구조였으나 이후 이들을 빌딩처럼 쌓아 올리는 3차원적 기법이 개발되면서 AI는 획기적인 발전을 이루게 되었다. 이것이 바로 ‘딥러닝(Deep Learning)’이다. 딥러닝으로 무장한 알파고는 프로 바둑기사의 기법을 모방하도록 훈련을 마친 뒤 현존하는 거의 모든 프로바둑 기보를 스스로 학습했다고 한다.
AI 기술의 발전과 함께 인공신경망이 지닌 위험성에 대한 경고의 목소리도 높다. 이는 컴퓨터가 학습하는 과정에서 스스로 터득한 경험적 확률값, 연산규칙이나 해결방식이 자신만의 ‘블랙박스’에 담겨지기 때문이다. 프로그램 설계자도 모르는 판단 기준을 지닌 AI가 인간의 통제를 벗어날 경우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하는 이유다.
여하간 대국은 흥미롭다. 전문가들은 알파고는 져도 이기는 셈이라 말한다. 즉 지더라도 단순 연산으로 풀 수 없는 난제를 해결하는 고수의 비법을 경험함으로써 이를 학습하고 강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며칠 간 경험한 ‘마국텔’ 필리버스터. 논란 속에서 끝났으나 더 강해지기 위한 학습이 아니었을까.
노태호(KEI 선임연구위원)
[사이언스 토크] 알파고
입력 2016-03-04 17: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