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 혜택, 어디까지 찾아봤니… 현명한 소비자 ‘스마트 컨슈머’가 뜬다

입력 2016-03-04 19:44 수정 2016-03-04 20:03

혜택은 곳곳에 숨어 있다. 부지런히 찾아내는 건 소비자의 몫이다. 소비자 혜택과 이윤 추구 사이에서 줄타기를 해야 하는 기업은 그렇게 세밀히 알려주지 않는다. 그래서 ‘숨은 혜택 찾기’는 기업과 소비자의 숨바꼭질을 방불케 한다.

이 게임에서 이기려고 ‘공부’를 하는 소비자들이 있다. 발품 팔고 손품 팔아 각종 혜택을 찾아내고, 그 정보를 공유해 더 큰 혜택으로 불려가는 사람들. ‘스마트 컨슈머’(현명한 소비자)들의 ‘공부방’을 들여다보면 먼저 기업 조직도 못지않게 정밀한 체계에 놀라게 된다.

인터넷카페 ‘스사사’(스마트 컨슈머를 사랑하는 사람들)에는 호텔·항공 분야에서 현명해지려는 소비자들이 모여 있다. 2009년 개설 후 꾸준히 회원이 늘어 현재 36만명이 넘는다. 카페 안에 5개의 큰 방이 있다. ‘기초 강의실’ ‘호텔 프로모션 해외’ ‘호텔 프로모션 국내’ ‘항공·철도·선박·차량’ ‘면세·카드·소셜·직구’.

카테고리마다 숨은 혜택을 찾아내는 비법, 그렇게 찾아낸 혜택, 그 혜택을 이용한 후기 등이 축적돼 있다. 마일리지로 항공권 구입하기, 호텔 방 업그레이드하기, 공유 숙박 100% 이용법, 렌터카 업체별 비교·분석 등 여행에 필요한 자료들로 가득하다.

‘호텔기초강좌’를 비롯한 ‘기초강의’용 게시판에서는 객실 가격 구조부터 카드사별 호텔 특전, 체인별 최저가 보장제 등 각종 혜택을 찾아가는 길을 알 수 있다. ‘초보자를 위한 포인트 적립 루트’를 직접 도표를 그려가며 설명해준 회원도 있다. 항공 마일리지를 효과적으로 쌓으려면 어떤 카드를 어떻게 쓰는 게 유용한지를 정리했다.

이런 게시판에서 기초를 닦은 이들은 ‘심화강의’용 게시판으로, 다시 ‘후기(後記)’ 게시판으로 옮겨가며 스마트 컨슈머의 길을 걷는다. 이 카페는 엄격한 등급제로 운영되고 있다. 등급이 높을수록 고급 정보에 접근하게 된다. 너무 많은 사람이 특정 혜택을 이용하면 기업은 약관 등을 고쳐 혜택을 축소하곤 한다. 등급제는 이렇게 정보의 생명력이 사라지지 않고 오래 유지되도록 하는 장치다.

최근 한 회원이 해외 호텔 정보를 공유하며 “몇 가지 팁이 더 있긴 한데 한국인 소비자에 대한 주의보가 발령될 수 있다”며 공개하지 않았다. 그러자 ‘쪽지로 그 팁을 살짝 알려 달라’는 댓글이 이어졌지만 그 회원은 “모두 알게 되면 혜택이 사라질 수도 있다”며 끝내 사양했다.

개인에게 최적화된 정보를 제공하는 스마트 컨슈머 애플리케이션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뱅크샐러드’ 앱은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전달되는 카드 사용 내역을 자동 인식해 사용자의 소비 패턴을 분석한다. 그 결과를 토대로 사용자에게 가장 적합한 신용카드를 추천한다. 연말정산 때 가장 많이 공제받을 수 있는 카드 사용법을 안내하기도 한다.

김태훈 뱅크샐러드 대표는 “기존의 혜택 정보는 공급자 중심이다. 정보의 비대칭성을 없애고 싶었다”고 개발 배경을 설명했다. 회사원 이종찬(28)씨는 “일일이 흩어져 있는 혜택 정보를 찾아볼 시간이 부족한데, 한푼이라도 아끼고픈 직장인들에게 유용하다”고 말했다.

김판 기자 p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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