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당국이 KDB산업은행의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참여를 허용하지 않기로 했다. ISA 등 개인고객 기반을 유지하면서 산은의 수익성을 끌어올리려 했던 이동걸 신임 회장의 전략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금융위원회는 3일 “ISA 도입 초기인 점을 감안해 일반은행 등 민간금융사와 시장 마찰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며 “산은이 ISA 업무와 관련해 겸영업무 승인을 신청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금융위는 사전조율 과정에서 산은의 투자일임업 등록 요청을 보류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 당국은 지난해 11월 발표된 ‘기업은행·산업은행 역할 강화방안’의 취지대로 산은이 정책금융에 집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강화방안은 “산은이 일반은행과 경쟁하는 과정에서 시장점유율 경쟁 등 시장 마찰로 민간 금융 발전을 구축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며 “기업의 성장과정에서 발생하는 시장 실패를 보완하고, 미래 성장동력을 발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과거 산은은 민영화를 추진하던 2011년 연 4%대 고금리 특판예금으로 시중은행과 경쟁하며 수신 잔액이 급격하게 늘었던 경험이 있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시중은행들이 ISA를 준비하고 있는데 (정책금융기관인) 산은이 참여해야 할 이유가 절실해 보이지는 않는다”며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다만 금융위는 기업은행에 대해서는 ISA 관련 일임업 등록을 승인해 기은은 일임형 ISA 판매가 가능해졌다. 중소기업 임직원의 재산 형성 지원을 위한 개인금융 서비스가 강화되고 시중은행과 같이 개인금융을 통한 자금조달 비중이 높다는 점을 꼽았다.
당국이 산은의 ISA에 제동을 걸면서 수익성 확보를 강조했던 이동걸 산은 회장의 전략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이 회장은 지난달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산은이 정책금융기관으로서 가져야 할 구조조정이라는 축이 있지만 우리 사업을 하면서 얻을 수 있는 수익성 부문도 간과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ISA 불완전판매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금융 당국은 재차 경고장을 날렸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ISA 판매현장을 상시 모니터링하고 미스터리 쇼핑, 불시 점검 등을 통해 불완전판매를 막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ISA 고객 보호를 위해 가입 운영 과정에서 금융회사가 준수해야 할 가이드라인을 지난달 마련하고 유의사항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임 위원장은 또 은행들의 자사 금융상품 ISA 편입 요구에 대해 “원칙과 철학의 문제”라며 허용하지 않겠다고 단언했다.
소비자단체의 감시망도 촘촘해질 전망이다. 금융소비자원은 “ISA 불가입 운동을 전개하고 불완전판매를 신고하는 시민에게 보상금을 지급하겠다”며 “ISA 불완전판매가 적발되면 금융사와 최고경영자(CEO), 직원을 형사 고발하겠다”고 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
금융당국, 산은 ISA 판매 불허 방침… 산은, 수익 확대 전략 차질
입력 2016-03-03 2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