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붙은 김종인發 야권 통합론-내분 조짐 국민의당] “김종인 임시사장” 安, 통합 공세에 나홀로 분투

입력 2016-03-03 21:54 수정 2016-03-04 00:55
안철수 국민의당 공동대표가 3일 서울 마포당사에서 열린 장순식 박사(왼쪽)에 대한 당 원자력안전특별위원장 위촉식에 참석하기 위해 행사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뉴시스

국민의당 안철수 공동대표가 더불어민주당의 야권통합 제안에 대해 “필리버스터 국면 전환용이라는 것을 모든 분이 다 알고 있다”며 전면 거부했다. 더민주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를 두고서는 “임시 사장”이라고 지칭한 뒤 “주인이 그대로 있는 상황에서 임시 사장 말씀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했다. 하지만 당내에서 “안 공동대표 마음대로 되는 것은 아니다”는 분위기가 고조되면서 선거연대와 통합을 둘러싼 내분이 본격 시작될 조짐이다.

안 공동대표는 3일 부산 남구 부산여성회관에서 열린 ‘국민 콘서트’에서 “제 입장은 확고하다. (당 구성원들이) 동의하실 거라고 본다”며 “세부적인 내용은 계속 소통하겠다”고 했다. 수도권 연대 가능성에 대해서도 “제가 수도권 (지역 의원)인데 고민은 없다”고 일축했다. 통합 제안 하루 만에 ‘철수 정치’는 없다고 선언한 셈이다.

또 김 대표의 발언에 대해 “쿠데타적 발상이자 경악스러운 발언”이라고 강력 비판했다. 김 대표는 선거 관련 전권을 요구하며 “국가도 비상상황에서 헌법을 중지한다”고 한 적이 있다.

안 공동대표의 메시지는 당내 ‘통합파’에 대한 경고의 성격도 갖고 있다. 지지도가 떨어지는 등 악재가 겹치면서 통합 제안에 흔들리는 이들에게 입장을 밝힌 것이라는 얘기다. 한 당직자는 “국민의당으로 오실 분들은 삼자대결을 각오하시라고 했다”며 “처음 듣는 얘기처럼 말하는 분들이 문제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천정배 공동대표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는 “저는 새누리당의 과반 의석을 저지하는 것이 야당 사람의 최우선 순위라고 보는 사람”이라고 했다. 그는 안 공동대표의 ‘부산 발언’ 직후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수도권) 연대도 없다고 했느냐”고 반문하며 “(안 공동대표와) 의논해보겠다. 그래서 더 의논이 필요하다”고 했다.

김한길 상임선대위원장은 통합에 긍정적 반응을 내비쳤던 전날과 같은 입장을 고수했다. 그는 “전날 말한 원칙으로 많은 의원들이 계속 얘기를 하니 이미 (통합 논의가) 굴러가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실제 국민의당 현역 의원 대다수는 통합 논의에 긍정적인 것으로 보인다. 전날 합류한 박지원 의원과 동교동계 인사들도 야권통합을 강조해 왔다. 박 의원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안철수 빼고 통합하자는 건 진정성이 없다”면서도 “당내에서 관련 논의를 적극적으로 해보겠다”고 했다. 논의가 진행됨에 따라 안 공동대표를 중심으로 한 독자파와 통합파 간 알력이 고조될 가능성이 높다. 국민의당 한 의원은 “안 대표 마음대로 좌지우지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고 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국민의당은 안철수 사당(私黨)이 아니라 공당(公黨)”이라며 “혼자 반대하면 어찌 되겠느냐”고 했다.

최악의 경우 당이 갈라지는 상황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 당 관계자는 “이견이 있는데 상의 없이 입장을 발표하면 어떻게 하느냐”며 “문재인 패권정치하고 뭐가 다르냐”고 성토했다. 안 공동대표 측 관계자는 “통합론자들이 경쟁자를 배제키 위해 당을 더민주에 팔아넘기려는 것”이라고 했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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