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리 제재 결의 나온 날 단거리 미사일 발사 왜?… 궁지 탈출 北의 ‘릴레이 도발’ 신호탄
입력 2016-03-03 22:01
북한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안이 나온 뒤 불과 10시간 만에 동해상으로 단거리 발사체를 쏜 것은 국제사회의 압박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무력시위’로 해석된다. 본격적인 도발의 서막을 올려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대한 ‘제재 국면’을 돌파하겠다는 포석이기도 하다.
◇저강도(Low Key) 도발의 서막=이번 발사는 도발을 알리는 신호탄이 될 가능성이 크다. 국제사회가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를 통해 자신들을 강하게 압박해오는 상황을 수용하지 않을 것이며, 자력으로 위기를 돌파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지려 했다는 얘기다.
미국이 한반도에 속속 전략무기를 보내는 데다 7일부터 시작되는 한·미 연합 군사훈련 ‘키리졸브·독수리 연습’에 대한 주민들의 불안감을 감안한 측면도 있다. 미국의 전력이 몰려오더라도 막아낼 힘이 있다는 것을 과시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다. 연례적으로 북한은 키리졸브·독수리 연습을 전후로 단거리 미사일을 동해상으로 쏘아 왔다.
중국을 겨냥한 노림수도 있다. 북한의 도발로 긴장이 고조되면 한·미가 더 강한 대응수단 마련에 나설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아시아에서 군사 개입을 확대해가고 있는 미국의 입지가 더 커질 수 있다. 이를 우려하는 중국이 ‘한반도의 안정이 중요하다’며 대화를 촉구하고 나설 개연성이 크다. 북한은 이를 기회로 대북제재 결의안 채택 과정에서 불거졌던 ‘정전협정의 평화협정 전환’을 강조하며 미국과 ‘체제 보장’ 양자대화 협상 테이블을 차리려는 계산도 갖고 있다는 해석이다.
◇최소한의 무기로 최대한의 긴장 효과 야기=단거리 발사체는 남한에 가장 위협적인 재래식 무기다. 중국과 일본 등 주변국을 자극하지 않고도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 수위를 간단하게 고조시킬 수 있는 방편이다. 그만큼 남한사회에 미치는 파장이 크다고 북한 지도부는 판단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동식 발사대에 장착돼 발사되는 300㎜ 방사포나 KN-01 단거리 미사일은 수도권이 사정권에 든다.
이번 발사 움직임은 수시간 전부터 우리 군 당국에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동계훈련 중인 북한군이 통상 이 즈음 원산 인근에서 단거리 발사체 발사를 실시해온 만큼 우리 군은 북한의 이동식 발사대 동향을 예의주시해 왔다는 것이다. 아직 북한은 오전 10시 6발을 쏜 뒤 추가 발사를 하지는 않았다.
단거리 발사체는 300㎜ 신형 방사포 또는 KN-01 지대함·함대함 미사일로 추정된다. 신형 방사포와 KN-01은 비행거리와 궤적이 상당히 비슷하다. 군 관계자는 “비행거리와 고도 및 궤적을 정밀 조사하고 있지만 아직 확실하게 단정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2015년 10월 노동당 창건 기념일에 공개된 신형 방사포는 사거리가 늘고 파괴력이 강화됐다. 사거리가 100∼200㎞로 대폭 늘었고, 발사관이 4개이며 이동식 차량에 장착돼 발사된다. 방사포는 정밀유도보다는 동시다발적으로 대량 발사해 일정 지역을 초토화할 수 있다. 북한이 이런 기능에다 최근에는 방사포에 유도장치를 장착해 정밀도를 높이는 시험을 지속적으로 해 왔다.
KN-01은 지대함과 함대함으로 모두 운용할 수 있는 단거리 미사일로 길이 5.8m, 무게 2.3t 정도다. 북한에 접근하는 해상전력을 파괴하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 북한은 이를 ‘신형 반함선 로케트’라고 밝힌 바 있으며, 지난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가 동해함대사령부를 직접 찾아 시험발사를 참관하기도 했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
[관련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