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인 해운업 불황으로 적자 행진을 계속해온 현대상선이 3일 감자를 전격 단행키로 했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현대상선 등기이사와 이사회 의장직에서 물러나기로 했다.
현대상선은 이날 이사회를 열어 액면가 5000원의 보통주 및 우선주 7주를 1주로 통합하는 감자를 단행키로 결정했다. 자본금은 감자 전 1조2124억원에서 감자 후 1732억원으로 줄게 된다. 현대상선이 감자에 나선 것은 자본잠식률 50% 이상 상태가 2년 연속 발생하면 상장폐지 요건이 되기 때문이다. 현대상선은 지난해 결산결과 매출액 5조7665억원, 영업손실 2535억원을 기록했으며, 50% 이상 자본잠식 상태였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상장폐지 요건을 피하기 위해 주식병합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을 추진하게 됐다”고 밝혔다. 오는 18일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감자안이 의결되면 현대상선은 자본잠식에서 벗어나게 된다. 현대상선이 감자를 통해 자본금 규모를 줄이고 재무구조를 개선한 뒤 채권단의 지원을 받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현대그룹 측은 현 회장의 등기이사직 사퇴에 대해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과 긴밀한 협의를 통해 마련한 고강도 추가 자구안이 보다 중립적인 이사회의 의사결정을 통해 원활히 추진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결단”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상선이 최악의 위기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그룹 총수가 법적인 책임을 지는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현대그룹 관계자는 “등기이사직에서는 물러나지만, 대주주로서 현대상선의 회생을 위해 백의종군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현 회장은 그룹 회장직과 현대엘리베이터 등 다른 계열사의 등기이사직은 유지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상선은 지난달 8000억∼1조원 규모의 추가 자구안을 내놓았으며, 현대증권 등 금융 3사 매각, 각종 보유 지분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현 회장도 지난달 사재 300억원을 들여 현대상선 유상증자에 참여했다.
한편 현대그룹 계열사인 현대엘리베이터는 이날 장병우 고문을 신임 대표이사 사장으로 내정했다. 장 신임 시장은 서울대 영문학과 출신으로 LG산전 부사장, LG-오티스엘리베이터 사장을 역임했다.
남도영 기자 dynam@kmib.co.kr
현대상선 감자 단행… 현정은, 등기이사 사퇴
입력 2016-03-03 2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