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 2270호에는 북한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주도한 인물들이 특별제재 대상에 거의 다 포함됐다. 이어 미국이 독자적으로 발표한 특별제재 대상에도 북한 정권 2인자인 황병서 북한군 총정치국장을 비롯해 당과 군의 수뇌부가 총망라됐다.
사실상 북한 수뇌부에 대한 ‘거미줄’ 감시망을 구축해 지배구조에 균열을 내기 위한 작업이다. 하지만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는 물론 그의 동생 김여정과 대남 도발을 주도해온 김영철 통일전선부장 등 일부 핵심인사는 제외돼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우선 김 제1비서 등이 제외된 데에는 중국이 북한의 최고지도자 일가를 제재 대상으로 지정하는 데 부담을 느꼈을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정부 당국자는 3일 “우리가 제재 리스트에 올리고 싶어도 중국이 동의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중국이 역대 최고 수준의 대북제재에 동참하기로 한 상황에서 이들 ‘백두혈통’까지 제재하는 것은 무리라는 계산을 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또 이들이 직접 외화벌이에 나서거나 본인 명의로 무역·금융 거래를 하는 상황도 아닌 만큼 제재 실효성도 크지 않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그동안 정찰총국장을 지내며 대남 공작을 총괄했던 김영철도 유엔의 제재 리스트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를 두고 우선 통일전선부장 직위 덕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향후 남북 간 양자 대화가 재개되거나 중국이 주장한 ‘비핵화·평화협정 병행추진’ 작업이 시작될 경우 통일전선부장이 창구가 될 수밖에 없어서다. 제재안 초안 작성을 위해 한·미·중이 상의할 당시부터 김영철은 제재 대상에서 제외돼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유엔은 대신 정찰총국을 특별제재 기관에 포함시켰다.
미국의 경우 이미 정찰총국과 김영철을 특별제재 대상에 올려둔 상태다. 김영철은 2010년 천안함 폭침 사건의 배후로 지목받으면서 제재 대상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미국은 황병서와 박영식 인민무력부장(공식 서열 7위), 이용무 국방위원회 부위원장(12위), 이만건 군수공업부장, 유철우 국가우주개발국장, 박춘일 이집트 주재 북한대사, 현광일 국가우주개발국 과학개발부장, 최춘식 제2자연과학원장, 강문길 남천강 무역회사 대표, 조선광업개발무역회사(창광무역) 소속 김송철과 손종혁 등 11명을 특별 제재 리스트에 추가한다고 밝혔다. 또 기존에 명단에 올라 있던 오극렬 국방위 부위원장(11위)의 정보도 갱신해 새로 공표했다.
이 가운데 핵·미사일 개발 주역인 이만건, 최춘식, 현광일, 유철우, 강문길은 모두 이번 유엔 결의 특별제재 대상에도 포함된 인사들이다. 최춘식은 2013년 은하 3호 개발을 성사시킨 주역으로 지난해 유럽연합 제재 명단에도 새로 포함됐다. 이만건은 4차 핵실험 직후 김 제1비서 바로 옆자리에서 사진을 찍은 신흥 ‘브레인’으로 최근 우리 정부가 유엔에 관련 분석 자료를 건넨 인사다. 강문길은 1990년대부터 핵 관련 물품을 조달해온 핵심인사로 알려져 있다.
미국은 북한 정권의 핵심 통치기구인 국방위원회, 당 중앙군사위원회와 함께 핵·미사일 개발을 담당하는 원자력공업성, 국방과학연구소, 우주개발국 등 5개 기관도 제재 대상에 올렸다.
군사 분야는 물론 경제·기술 분야와 통치기관까지 일제히 제재 리스트에 오르면서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 강도는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특별제재 대상으로 지정되면 해외 자산이 동결되고 각종 거래와 출입국이 금지된다. 북한으로선 당장 핵·미사일 개발 관련 물품을 들여오는 것은 물론 외교 무대에서 활동하기도 상당 기간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강준구 기자,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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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3-03 2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