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금슬금 전진하다가… 오토바이 충돌 택시기사 2심서 ‘유죄’

입력 2016-03-03 21:50 수정 2016-03-04 01:00

2014년 10월 3일 새벽 3시50분 서울 관악구 교차로에서 택시와 오토바이가 충돌했다. 오토바이 운전자(당시 26세)는 병원으로 후송됐지만 곧 사망했다.

양쪽 모두 과실이 있었다. 택시기사 박모(64)씨는 신호등 적색신호에 걸려 차를 멈췄지만 정지선을 살짝 넘은 상태였다. 택시는 10초 뒤 0.9m를 전진했고, 앞범퍼가 횡단보도 안까지 침범했다. 박씨는 15초 후 다시 차량을 슬금슬금 움직이다 녹색신호로 바뀌자 속도를 높여 교차로에 들어섰다. 사고는 신호 변경 후 2초 정도 지나 발생했다.

당시 택시 왼편에서 달려오던 오토바이는 신호를 위반해 교차로에 진입했다. 사고 지점 56m 정도를 앞뒀을 때 적색등이 켜졌다. 시속 70㎞로 과속하고 있었고, 운전자는 혈중알코올농도 0.102%의 만취 상태였다. 검찰은 사망사고 책임을 물어 박씨를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1심은 박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배심원 7명이 만장일치로 무죄 평결을 했다. 1심 재판부는 “박씨가 정지선을 준수하지는 않았지만 사고와 직접적인 인과관계는 없다”고 봤다.

그러나 서울고법 형사8부(부장판사 이광만)는 이를 뒤집고 금고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3일 밝혔다. 박씨가 애초 횡단보도 정지선을 지켰거나, 적색신호 상태에서 차량을 전진시키지 않았더라면 10여m 차이로 양측의 충돌을 피할 수 있었을 거라는 판단이다. 재판부는 “신호위반, 과속, 음주운전 등 피해자의 과실도 있다는 이유만으로 피고인의 과실이 없다고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