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안철수 공동대표는 3일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의 야권통합 제안에 대해 ‘비겁한 공작’ ‘갑질 정치’라고 맹비난했다. 앞서 김 대표는 안 공동대표를 향해 “더민주에서 탈당한 기본적 동기가 ‘내년도 대선에 내가 후보 꼭 돼야겠다’는 그런 생각”이라고 지적하며 ‘안철수 고립 작전’에 들어갔다. 두 사람이 야권통합을 둘러싸고 전면전에 들어가면서 40일 앞으로 다가온 총선에 지각 변동이 일어날 조짐이다.
안 공동대표는 부산에서 기자들을 만나 “(야권통합 제안은) 국민의당이 제3당으로 우뚝 서는 것을 방해하는 정치공작”이라며 “심지어 저 안철수만 빼고 다 오라 다 받겠다, 이런 오만한 말까지 서슴지 않는다. 도대체 우리 당을 얼마나 만만하게 보면 이런 막말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안 공동대표는 당내에서도 통합 논의가 불붙는 것과 관련해서도 “큰 틀에서 이 당이 왜 창당돼야 하는지 봐야 한다. 우리 당헌당규는 소속된 분들이 다 동의해서 만들어진 것”이라며 제동을 걸었다.
하지만 더민주의 국민의당 흔들기는 이날도 계속됐다. 김 대표는 야권 재편 등 다목적카드 성격을 지닌 야권통합을 재차 제안했다. 국민의당 내부에서 안 대표 등 ‘독자파’와 천정배 대표, 김한길 상임선대위원장 등 ‘통합파’를 분리 대응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시대정신연구소 엄경영 대표는 “더민주 김 대표가 정통야당 이미지를 굳히고 국민의당을 분열세력 프레임으로 가둘 수 있는 야권통합 이슈 선점을 통해 바닥 민심에서 뒤지고 있는 호남에서 분위기 반전을 노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정국’에 이어진 야권발 ‘통합론 소용돌이’에 유권자의 시선을 뺏긴 여권의 초조함도 커지고 있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야권통합 논의에 대해 “우려했던 게 현실이 됐다”며 “허를 찔렸다”고 했다. 다른 인사는 “새누리당이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뜨렸다”고 자탄(自歎)했다.
여권은 야권 연대의 파괴력을 우려하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역풍’ 속에 치러졌던 2004년 17대 총선 당시 민주노동당과 후보 단일화를 시도했던 당시 여당 열린우리당은 수도권에서 76석을 차지했다. 반면 야권은 자유민주연합, 국민통합21 등으로 분열돼 있었고 제1야당 한나라당은 수도권 33석이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19대 총선에선 야당인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이 정책연대와 후보 단일화를 통해 수도권에서 새누리당보다 10석 이상을 더 확보했다.
따라서 수도권 의석이 112석에서 122석으로 늘어난 20대 총선에서 야권 연대로 거대 여당에 대한 견제가 살아날 경우 새누리당의 ‘180석 확보’라는 목표 달성은 사실상 불가능해질 가능성이 높다.
‘구태정치’ ‘꼼수’라고 전날 폄훼했던 새누리당 지도부가 이날도 “(야권 분열이) 선거보조금을 노린 위장이혼이었다”(원유철 원내대표)고 저주를 퍼부은 것도 야권통합 논의를 ‘야합’으로 일찌감치 규정지으려는 의도가 숨겨져 있다.
한장희 임성수 기자 jhh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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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3-03 2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