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붙은 김종인發 야권 통합론-부채질하는 더민주] “선거 前 통합도 기대해볼만” 주류·비주류 지원사격

입력 2016-03-03 21:56 수정 2016-03-04 00:52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3일 국회 본관 앞에서 열린 ‘달리는 정책의자, 더더더’ 발대식에 참석한 뒤 의원회관으로 향하고 있다. 이병주 기자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연일 ‘야권통합론’을 띄우고 있다. 특히 김 대표가 국민의당 안철수 공동대표를 ‘통합의 장애물’에 비유하는 듯한 발언을 하면서 두 대표 사이 감정싸움 양상도 띠게 됐다.

김 대표는 3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야권통합 구상과 관련해 “상대가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정확히 알아야 이것을 어떻게 이끌어갈지 말씀드릴 수 있다”며 즉답을 피했다. 그러나 김 대표는 안 대표를 겨냥해 “지금도 그 생각(대선 후보가 되겠다는)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에 반대 의견을 벗어날 수 없다”고 말했다. ‘대권을 노리는 안 대표 때문에 야권통합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비판으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김 대표는 안 대표가 부산에서 쏟아낸 비판에 대해 “나는 통합하자고 말한 것밖에 없는데, 공작은 무슨 공작이냐”며 불쾌한 심기를 숨기지 않았다.

반면 국민의당 김한길 공동선대위원장의 ‘유보적 반응’은 긍정적 화답으로 해석했다. 김 대표는 “제3당을 추진하다 1당 질주를 허용할 수 있는 상황은 막아야 하지 않느냐는 취지에서 우리 김한길 의원께서 긍정적 신호를 보내주셨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김 대표가 안 대표와 김 위원장에 대해 각각 다른 입장을 취함에 따라 ‘안철수 고립용 제안’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대권을 노리는 안 대표와 재선을 원하는 국민의당 의원 사이 간극을 정확히 파고들었다는 평가도 있다. 김 대표는 이 같은 분석에 대해 “나는 그런 이야기를 한 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야권통합 방식에 대해 비대위 핵심 관계자는 “우리는 원칙적으로 당 대 당 통합을 제안한 것”이라면서도 “국민의당이 의지가 있다면 어떤 방식으로 통합할 것인지 스스로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더민주가 11일 경선에 돌입함에 따라 통합 성사 여부는 일주일 내 결정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더민주 의원들은 주류·비주류를 가리지 않고 김 대표에게 힘을 보탰다. 중도 성향의 민병두 의원은 MBC라디오에서 “패권주의가 상당히 해소됐기 때문에 (탈당 사태) 당시 감정의 골을 만들었던 조건들이 해소되고 있다”며 통합을 호소했다. ‘문재인의 호위무사’를 자처했던 진성준 의원도 “무슨 저의가 따로 있겠느냐”며 “안철수 의원께서도 총선 승리를 위해 진지하게 고민해 달라”고 했다.

총선 전 통합 가능성에 대해서는 엇갈린 전망이 나온다. 당 일각에서는 일여다야(一與多野) 상황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인식이 강하고, 후보 간 우열을 가리기 힘든 지역도 많지 않아 ‘교통정리’가 어렵지 않다는 전망을 냈다. 반면 현역 의원들은 오는 24일 시작되는 후보등록 전까지 통합은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수도권의 한 재선 의원은 “너무 늦은 감이 있다. 후보등록이 마감되면 지역별 단일화에도 엄청난 진통이 예상된다”고 했다.

국민의당 내분을 초래한 것에 대해선 만족스럽다는 분위기다. 한 중진 의원은 “일단 국민의당 내부 균열은 만들어낸 것 같다”며 “안 대표의 상황은 재신임 정국의 문 전 대표보다 더 안 좋은 것 같다”고 전했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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