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이지영(28·여)씨는 경기도 수원과 서울 강남을 오가는 버스에 매일 몸을 싣는다. 야근에 지친 몸을 달래려 잠을 청해보지만 쉽지 않다. 춤추듯 요동치는 버스는 눈 붙일 틈을 좀체 허락하지 않는다. 그는 “난폭운전을 하는 버스에서 멀미에 시달리다보면 뛰어내리고 싶어진다”면서도 “막차에 올랐는데 아침 첫차를 몰던 버스기사가 계속 운전대를 잡고 있는 걸 볼 때는 그런 불만도 잦아든다”고 말했다.
졸음에 시달리는 버스
경기 광역버스 기사 박모(54)씨는 새벽 5시 첫차를 몰 때마다 쏟아지는 졸음에 낭패를 본다. 비좁은 운전석에서 캔커피를 연거푸 마시고 기지개를 펴는 것 말고는 방책이 없다. 가끔 경적 소리에 정신을 차려보면 뒤따라오던 버스와 간격이 바짝 붙어 있다. 나도 모르게 졸음운전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다시 배차 간격을 유지하려면 난폭운전밖에 선택지가 없다. 신호가 바뀌어도 ‘꼬리 물기’를 해야 한다. 가속 페달에 올려둔 발을 떼기도 힘들다.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버스기사들은 이런 하소연을 쏟아내고 있다. 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은 지난달 격일제로 근무하는 경기 광역버스 기사 146명을 조사해 ‘버스 노동자 근로실태’ 보고서를 공개했다. 70.5%가 하루 15시간 이상 운전하고 있으며, 55%는 졸음운전의 위험에 노출돼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조금만 긴장을 풀면 배차 간격을 지키지 못한다. 2004년부터 버스 준공영제를 실시하고 있는 서울 시내버스는 그나마 사정이 낫지만 실적 압박에 시달리는 광역버스는 신호 위반을 일삼을 수밖에 없다.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의 몫이다. 지난해 서울에서 37명, 경기도에서 53명이 버스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정비사도 우려하는 지하철
지하철 1호선을 타고 출퇴근하는 직장인 홍성목(32)씨는 “‘전 역에서 출발이 지연되고 있으니 잠시 기다려 달라’는 안내방송을 들을 때마다 한숨부터 나온다. 지하철 고장 때문에 지각하면 이젠 하소연할 데도 없다”고 말했다. 잔고장이 끊이지 않는 지하철도 출퇴근 시민의 안전을 위협한다. 지하철 정비를 담당하는 정비사조차 “정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고 우려하는 상황이다.
이영수 사회공공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전동차경정비 위탁업체 정비사 128명을 설문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88.5%는 ‘내가 맡는 전동차에 최적의 정비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답했고, 98.4%는 ‘지난 1년간 비상대응 교육훈련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서울메트로와 서울도시철도공사 소속 정비사의 시각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이 연구위원은 “서울지하철은 전동차 노후화로 예방정비가 중요하다. 비용 절감이 목표인 외주운영체계로는 최적의 정비를 수행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신훈 기자 zorba@kmib.co.kr
출퇴근길 ‘불안’이 달린다… 졸음에 시달리는 광역버스, 잔고장 잇따르는 서울 지하철
입력 2016-03-04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