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장사 ‘이만기’ VS 盧의 비서관 ‘김경수’… ‘선거 3수생’ 맞대결

입력 2016-03-03 21:45 수정 2016-03-06 23:28
이만기 새누리당 예비후보가 3일 지역구인 경남 김해시의 한 전통시장에서 여성 시민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이만기 예비후보 선거사무소 제공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경남도당위원장이 3일 경남 김해시 율하2로의 한 카페에서 시민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김경수 예비후보 선거사무소 제공
새누리당 김태호 의원의 불출마 선언으로 무주공산(無主空山)이 된 경남 김해을 선거구. 40일 후 열리는 총선을 통해 가려지는 새 주인 자리를 놓고 '천하장사' 타이틀만 10번 거머쥔 이만기(52) 새누리당 경남 김해을 당협위원장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연설기획비서관을 지낸 김경수(48) 더불어민주당 경남도당위원장이 맞붙었다. 두 사람 모두 세 번째 출마한 '선거 삼수생'. 여론조사 결과는 현재 팽팽하다. 연합뉴스·KBS가 지난달 12∼13일 실시한 여론조사(신뢰도 95%·표본오차 ±4.4% 포인트)에서는 이 예비후보와 김 예비후보가 각각 33.7%, 33.4%를 기록했다. 지난달 16∼18일 실시된 중앙일보 여론조사(신뢰도 95%·표본오차 ±4.0% 포인트)에서는 김 후보가 38.1%, 이 후보가 32.1%로 나타났다. (그 밖의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 변수가 있다면 선거구 재획정에 따라 노 전 대통령의 고향 봉하마을이 있는 진영읍이 김해을에서 김해갑으로 넘어간 점이다.

◇이만기 “천하장사 잊어 달라, 정치인 이만기이고 싶다”=“일찍 오셨네예. 오늘도 즐겁게 연습하이소.”

이른 아침부터 출근길 인사를 돌던 이 위원장은 3일 오전 9시 김해시 장유문화센터 앞에서 명함을 건네며 지지를 호소했다. 1980년대 한국 씨름을 주름잡던 ‘천하장사’도 유권자 앞에서는 한낱 ‘머슴’이었다. 마침 문화센터를 찾은 이모(78·여)씨는 “이기(여기) 할머니들도 다 안다”며 “열심히 하이소(하시오)”라고 화답했다.

새누리당을 상징하는 빨간 점퍼 아래로 ‘이만기’ 이름 석 자가 새겨진 빨간 운동화가 눈에 띄었다. 이 위원장은 “발로 뛰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그는 오전 4개, 오후 8개가 넘는 일정을 소화하며 왕성한 활동력을 자랑했다. 그가 지날 때마다 그를 알아본 사람들이 술렁였다.

최근 방송인으로 유명세를 날리면서도 이 위원장은 정치인의 꿈을 놓지 않았다. 2004년 17대 총선에 경남 마산갑 열린우리당 후보로, 2014년 6월 지방선거에 새누리당 김해시장 후보 경선에 각각 나섰지만 고배를 마셨다. 그는 “이번에는 기필코 해내겠다”고 했다. 운동선수와 교수, 방송인 등 경험을 살려 국회 입성 후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 들어가 교육 및 체육 인프라 개선에 주력하겠다는 게 포부다.

바쁜 일정 중에도 이 위원장은 봉사활동을 잊지 않았다. 무상급식 확대를 공약으로 내세운 이 위원장은 이날 점심에 아내 한숙희(51)씨와 함께 능동중학교를 찾아 이 학교 학생 1000명의 ‘일일 급식도우미’를 자처하기도 했다.

◇김경수 “‘盧의 남자’ 아닌 ‘정치인 김경수’로 거듭날 것”=“노 전 대통령의 비서관 했다고 (당선)되는 게 아니더라. 결국 지역에 어떤 도움이 되느냐가 중요한 것 같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전 11시 김해시내 한 카페에서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한 간담회에서 이같이 고백했다. 지난 19대 총선과 2014년 지역선거에서 잇따라 낙선했지만 이번만큼은 달라보였다. 그는 “이번에 선택받지 못하면 (정치를) 접어야지요”라고 기자에게 말했다.

경남 고성 출신이지만 김 위원장에게 김해는 특별한 의미가 있다. 김해는 할아버지의 고향이면서 아이들의 고향이다. 또 그의 정치적 멘토 노 전 대통령의 고향이기도 하다.

그는 “정치가 해야 할 것은 식당, 서당, 경로당의 3당을 해결하는 일”이라고 했다. 식당은 먹고사는 문제, 서당은 보육 및 교육 문제, 경로당은 노인복지 문제를 지칭한다. 여기에 김 위원장은 김해에 시급한 과제로 교통 인프라 개선과 관광 활성화 등을 주력 공약으로 내세웠다. 율하신도시 등 잇따른 신도시 건설로 인구는 늘었지만 그에 맞는 교통 환경과 보육시설, 노인복지시설 등이 부족한 게 지역의 과제로 꼽힌다.

김 위원장의 무기는 ‘풍부한 경험’이다. 1994년 국회의원 보좌관 생활을 시작으로 중앙정치 무대에 진출한 그는 “청와대 비서관으로 근무했을 때의 인연을 무기 삼아 중앙부처 예산을 김해로 끌어오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노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관’이란 타이틀은 평생 가겠지만 그것을 넘어서야 한다”며 “희망이 있는 나라를 만드는 것이 정치인 김경수의 꿈”이라고 말했다.

김해=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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