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구 칼바람’에 대구·경북(TK) 현역 의원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회가 본격적으로 TK 지역 물갈이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면서다. 이곳 현역 의원들은 “불공정 심사는 없을 것”이라면서도 흉흉한 소문에 시커멓게 속이 타들어가고 있다.
‘TK 물갈이론’은 실체를 확인하기 어려운 소문을 타고 확대 재생산됐다. ‘대구 현역 의원에 대한 교체지수를 조사한 결과 A의원 한 명을 제외하고 모두 낙천 대상’이라는 루머가 나돌기도 했다. 실제 일부 의원들은 서로 진상을 파악하는 등 바짝 긴장하는 모습이었다. 비박(비박근혜) 진영에선 “현역들을 ‘컷오프’시키려는 근거로 삼으려고 이런 여론조사를 돌리지 않았겠느냐”고 의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은 3일 이에 대해 “그런 (교체) 수치 자체를 당 차원에서 만든 바 없다”고 잘라 말했지만 여파는 가라앉지 않고 있다. TK 지역 한 의원은 “현역 의원을 걸러내는 기준으로 교체지수 여론조사 결과를 활용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며 “19대 국회 전체에 대한 부정적 여론 때문에 각자의 의정활동 성과와 관련 없이 교체 여론이 높게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가 아직 뚜렷한 상승세를 보이지 않는 이른바 ‘진박(진실한 친박근혜) 후보’를 지원하기 위해 조만간 ‘액션’에 들어갈 것이라는 소문도 무성했다. 막판까지 예측불허였던 공관위원 선임 과정을 놓고는 ‘보이지 않는 힘’이 작용했다는 추측까지 나왔다. TK 지역에서 한풀 꺾인 듯했던 ‘진박 마케팅’이 제대로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계기가 곧 마련될 것이라는 시나리오였다.
청와대는 당 공천에 관여할 일이 전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근거 없는 소문에도 칼바람이 몰아칠 것이란 우려는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어떤 일이 닥칠지 모르는 만큼 공포감은 더욱 커지는 모양새다. TK 한 의원은 “설령 무슨 일이 벌어진다 하더라도 여당 국회의원이 뭐라고 말이나 할 수 있겠느냐”고 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영향력이 막강한 TK 지역에서 처신을 조심히 하지 않을 수 없다는 얘기다.
TK 현역 위기감은 지난달 26일 예비후보 공천 면접 때부터 증폭됐다. 대구 지역 현역의원들은 이날 ‘박근혜정부를 위해 한 일이 무엇이냐’ ‘교체지수가 높다는 얘기가 있는데 이에 대해 소명해 달라’는 질문을 공관위원으로부터 들은 것으로 알려졌다. 비박 의원들 사이에선 “공관위원들의 질문 하나하나가 심상치 않아 보인다”는 말도 나왔다.
더욱이 ‘공천 살생부설(說)’로 재량권을 넓힌 이 위원장이 칼을 크게 휘두르지 않겠느냐는 관측까지 나온다. 비박계에선 청와대발(發) 물갈이를 경계하고 있는 반면 친박 주류에선 “마땅히 한 일이 없는 TK 현역 의원들이 마치 공천 학살의 피해자라도 되는 것처럼 보이려 한다”는 불만도 터져 나왔다. 계파 간 신경전이 가열되면서 일촉즉발의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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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 칼바람’ 떨고 있는 TK 현역들
입력 2016-03-03 21: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