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미스 사이공’의 여주인공 킴 역으로, 지난해 영국 런던 웨스트엔드에서 첫 한국인 주역의 영예(국민일보 2015년 6월 1일자 단독보도)를 안았던 김수하(22·사진)가 오는 10월 일본 버전에서 또다시 주인공으로 발탁됐다.
일본 공연 제작사 도호는 10월 19일∼11월 23일 도쿄 제국극장 무대에 오르는 ‘미스 사이공’의 킴 역으로 일본 여배우 2명과 함께 김수하를 캐스팅했다고 3일 발표했다.
도호는 국내에도 잘 알려진 극단 시키와 함께 일본 뮤지컬 시장을 양분하는 대형 제작사다. 앞서 박동하 김지현 김준현 등 시키 출신 한국 배우들이 무대에 선 적이 있으며 시키 출신이 아닌 배우로는 지난해 양준모가 ‘레미제라블’의 장발장 역으로 출연했다. 시키 출신이 아닌 여자배우로는 김수하가 처음 도호 작품에 출연하게 됐다.
특히 이번 ‘미스 사이공’은 일본 뮤지컬계의 거물 이치무라 마사치카(67)가 1992년 일본 초연부터 24년째 연기해 온 주인공 엔지니어 역에 마지막으로 출연한다는 점에서 벌써부터 주목받고 있다. 김수하는 “웨스트엔드 공연을 마치고 일본 무대에 설 수 있어 기쁘다. 일본 배우들과는 또 다른 매력으로 나만의 킴을 보여주고 싶다. 응원해주신 분들의 기대에 부응하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김수하는 단국대 3학년 재학 중 ‘미스 사이공’ 제작사인 카메론 매킨토시 프로덕션의 오디션에서 킴의 언더스터디(주역배우가 무대에 서지 못할 때 투입되는 배우) 겸 앙상블로 뽑혀 지난해 5월부터 출연했다. 뛰어난 가창력과 연기력을 인정받아 무대에 선 지 한 달도 채 안 된 6월부터 킴 역을 맡기 시작했으며 지난 2월 27일 막을 내릴 때까지 총 32회를 소화했다.
‘미스 사이공’은 베트남전쟁에 파견된 미군 크리스와 현지 소녀 킴의 가슴 아픈 사랑을 그린 작품으로 ‘캣츠’ ‘레미제라블’ ‘오페라의 유령’과 함께 4대 뮤지컬로 꼽힌다. 비극적인 운명의 여주인공 킴을 소화하기 위해선 뛰어난 가창력과 연기력이 필요하다.
2014년 ‘미스 사이공’의 웨스트엔드 공연 25주년을 기념해 새롭게 만들어지면서 한국 배우 홍광호가 킴의 정혼자 투이 역으로 캐스팅돼 화제를 모았었다. 지난해 5월 일부 배우가 교체될 때 조상웅이 홍광호의 뒤를 이어 투이로 캐스팅되는 한편 김수하가 킴의 언더스터디로 발탁된 것이다.
도호는 원래 지난해 2월 ‘미스 사이공’ 오디션에 응모한 김수하를 킴 역으로 일찌감치 찍어 놨다. 그런데 이 오디션에 심사위원으로 참가했던 영국 크리에이티브 팀 관계자들이 카메론 매킨토시 프로덕션에 그를 추천해 웨스트엔드 버전 오디션을 보도록 권유하면서 순서가 바뀌게 됐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단독] 웨스트엔드 첫 한국인 주역 이어 日 무대 오르는 김수하 “또 다른 킴의 매력 보여주고 싶어”
입력 2016-03-03 18: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