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 클린턴(사진) 진영에 비상이 걸렸다. 슈퍼 화요일의 대승으로 민주당 대세 후보로 자리를 잡았지만 흑인과 히스패닉 등 핵심 지지층의 대규모 이탈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투표를 한 흑인들은 클린턴을 압도적으로 지지했지만 투표소를 외면한 젊은 흑인이 의외로 많았다. 이들이 본선에서 투표를 포기하거나 상대 후보로 쏠릴 경우 클린턴의 대선 승리는 위험해질 수 있다. 민주당 선거전략가들은 클린턴이 소수계와 청년 유권자들을 끌어안는 정책을 내놔야 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뉴욕타임스는 올해 민주당의 15곳 경선에 참가한 유권자 수가 2008년 슈퍼 화요일 당시 누적 투표 참가자 수에 비해 300만명 정도 감소했다고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텍사스의 경우 8년 전에 비해 투표자가 절반으로 줄었고 테네시는 40% 감소했다. 아칸소와 앨라배마, 조지아의 민주당 투표자는 4분의 1에서 3분의 1 정도 줄었다. 투표율 감소는 특히 흑인과 히스패닉 등 클린턴의 핵심 지지층에서 심하게 나타났다.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흑인의 몰표로 클린턴이 대승을 거두긴 했지만 30세 이하 젊은 흑인 유권자의 투표 참가율은 2008년에 비해 40% 줄었다.
이 같은 투표율 하락에 일부 민주당 관계자들은 “집권당 시절 프라이머리(예비선거)나 코커스(당원대회)의 투표율은 야당 시절에 비해 떨어지게 마련”이라며 “공화당 후보가 트럼프가 된다면 소수계 유권자들의 결집력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다른 민주당 관계자들은 트럼프가 열광적인 지지층을 늘려나가면서 공화당 후보가 된다면 핵심 지지층이 이탈하고 있는 클린턴보다 더 파괴력을 가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2012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재선을 도왔던 민주당의 여론조사 전문가 코넬 벨처는 “오바마 대통령의 승리 비결은 기존 민주당 지지층 외에 흑인과 히스패닉, 젊은 세대 중에서 새로운 지지층을 발굴했기 때문”이라며 “클린턴이 오바마 키즈를 투표장으로 끌어내지 못하면 (2004년 대선에서 패배한) 존 케리(현 국무장관) 꼴이 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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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3-03 2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