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임항] 낙천·낙선운동

입력 2016-03-03 17:32

4·13 20대 총선을 앞두고 시민단체들이 주도하는 낙천·낙선운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참여연대, 환경운동연합 등 1000여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2016 총선시민네트워크(총선넷)’가 지난달 23일 공천 부적격자 기준을 제시하고 시민들의 의견과 제보를 월말까지 수집했다. 총선넷은 검증을 거쳐 대상자를 선정한 후 명단을 각 정당에 전달할 계획이다.

시민단체의 국회의원 낙천·낙선운동이 맹위를 떨친 것은 2000년 총선 때였다. 유권자들이 열렬히 호응했고, 언론도 큰 관심을 기울였다. 그 결과 낙선 대상자 86명 중 59명이 국회의원에 당선되지 못했다. 수도권에서는 20명 중 한 명만 당선됐다. 시민들이 선거혁명을 이뤘다는 평가까지 나왔다. 그러나 2004년 총선 때부터 낙천·낙선운동에 대한 관심과 성과는 수혜자인 386세대가 정치 기득권층이 되면서 급속히 시들해졌다. 따라서 최근 총선넷의 출범은 조직적 낙천운동으로는 12년 만의 부활이라고 할 만하다.

특정 사안에 대한 당파적 지지 여부를 낙천·낙선 기준으로 삼는 경우는 논란거리지만, 이번에도 등장했다. ‘총선청년네트워크’는 이날 “노동법 개악에 앞장섰다”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등 공천 부적격자 18명의 명단을 발표했다. ‘설악산국립공원지키기국민행동’은 2일 권성동 염동열 정문헌 최경환(새누리당) 배재정 심기준(더불어민주당)의원 등 ‘설악산을 파괴한 국회 6적’ 리스트를 낙천·낙선 대상으로 밝혔다. 유권자들은 이를 참고자료로 여길 것이므로 가부를 따질 일은 아니다.

대의제 민주주의에서 선거는 차악(次惡)을 선택하는 것일 뿐이라고들 한다. 국민의 대표가 되려는 이의 됨됨이나 판단력, 입법과 행정부 견제라는 의정활동 실적을 세밀하게 살필 객관적 정보와 시간이 유권자에게는 너무 부족하다. 이런 상황에서 낙천·낙선운동은 최악의 선택을 피하는 유용한 수단이 될 수 있다.

임항 논설위원 hngl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