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메이저리그 정복에 나선 코리안리거들이 나란히 시범경기를 통해 실전 신고식을 치렀다. 결과는 대체로 좋지 않았다. 그렇지만 실망하긴 이르다. 아직 연습단계고 정규 시즌을 위한 준비 과정에 불과하다.
박병호(30·미네소타 트윈스)는 3일(한국시간) 플로리다 포트마이어스 제트블루파크에서 열린 보스턴 레드삭스와의 시범경기에서 6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장해 3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3번의 타석 모두 삼진으로 물러나며 혹독한 첫 경기를 경험했다. 타석당 4구 이내로 승부가 끝났고 총 11개의 공을 보는 동안 배트에 맞춘 건 단 1개에 불과했다.
기대 이하의 성적표에도 박병호는 담담했다. 그는 경기 후 지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오랜 만에 실전에 나섰다. 상대 투수들을 처음 만나서 다소 긴장했다”며 “말 그대로 첫 경기라 크게 개의치 않는다. 성적을 떠나 좋은 경험을 했다”고 전했다. 천천히 시즌을 준비하겠단 말도 덧붙였다. 박병호를 곁에서 지켜본 폴 몰리터 감독도 “분명히 흥분하고 긴장했을 것이다”며 “박병호가 잘 견뎌낼 수 있도록 등을 두드리며 격려해 줄 것이다”고 여전한 신뢰를 보냈다.
같은 날 김현수(28·볼티모어 오리올스)는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의 시범경기에 좌익수 겸 2번 타자로 나서 3타수 무안타에 머물렀다. 전날 기록까지 합하면 6타수 무안타다. 삼진을 당하진 않았지만 ‘타격기계’라 불리던 특유의 정교함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러나 마지막 타석에서 풀카운트 접전을 펼치며 점점 적응해 가는 모습이었다. 벅 쇼월터 감독은 “다음 경기에도 김현수를 선발 출전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추신수(34·텍사스 레인저스)도 첫 시범경기(2타수 무안타)에서 안타를 신고하지 못한 가운데 코리안리거의 첫 안타는 지난해 ‘룰5 드래프트’로 LA 에인절스 유니폼을 입은 최지만(25)에게서 나왔다. 최지만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의 시범경기에 3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해 4타수 1안타를 기록했다. 1회초 상대 투수 제프 사마자를 상대로 1볼1스트라이크 상황에서 3구째를 받아쳐 중전안타를 만들어냈다. 이후 3타석은 모두 삼진이었다.
야수들이 고전한 것과 달리 오승환(34·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은 쾌조의 출발을 했다. 정식 시범경기는 아니었지만 애틀랜틱 대학과의 연습경기에서 1이닝을 무안타 무실점으로 막으며 ‘끝판 대장’의 면모를 보여줬다. 투구를 지켜본 마크 매시니 감독은 “오승환은 자기 공을 던질 줄 알며 각 구종마다 속도 조절을 능숙하게 한다. 다양한 패턴으로 승부할 수 있는 재능이 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
박병호·김현수 호된 신고식… ML 코리안리거들 잇따라 시범경기 출전
입력 2016-03-03 2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