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저녁 남자프로배구 OK저축은행과 우리카드의 경기가 끝난 뒤 경기도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서는 특별한 행사가 열렸다. 이번 시즌을 끝으로 한국무대를 떠나는 시몬(쿠바·사진)을 위해 OK저축은행이 마련한 송별회였다. 경기는 시몬의 활약에 힘입어 OK저축은행이 우리카드를 3대1(25-19 19-25 25-14 25-22)로 이겼다.
시몬의 모습이 담긴 대형 걸개그림이 내걸린 가운데 전광판에는 그의 경기 장면과 동료들의 인터뷰 영상이 상영됐다. 백넘버 13번인 시몬을 위해 ‘리스펙트(Respect) 13’이 적힌 대형 유니폼도 특별 제작했다. 팬들도 코트로 내려와 1000여개의 종이비행기를 날리며 그와의 석별을 아쉬워했다. 2005년 출범한 프로배구에서 외국인 선수를 위한 특별 송별회를 개최한 것은 처음이다.
2년 전 신생팀 OK저축은행에 입단한 그는 지난 시즌 최고의 활약을 펼치며 팀을 챔피언결정전 우승으로 이끌었다. 상대는 7년 연속 정상을 지켜오던 삼성화재였다. 센터 출신인 그는 국내무대에서 센터와 라이트 공격수를 겸하며 ‘멀티 플레이어’의 진면목을 보였다.
특히 신생팀의 맏형 노릇을 자임하며 경기를 지휘했다. 지난 시즌 혹사로 무릎수술까지 받았지만 이번 시즌에도 몸을 사리지 않는 투혼으로 팀을 정규리그 2위로 이끌었다. OK저축은행이 따뜻한 송별회를 선사한 것은 성적 때문만은 아니었다. 시몬은 외국인 선수의 본보기가 될 만큼 인성에서도 모범생이었다. 말과 행동, 친화력, 팬들과의 소통 등 어느 하나 나무랄 데가 없었다는 게 구단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하지만 다음 시즌 팬들은 시몬을 볼 수 없다. 한국배구연맹(KOVO)이 용병 선발제도를 자유계약제 대신 트라이아웃(공개선발)으로 바꾸며 몸값을 30만 달러로 제한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2년간 최대 300만 달러를 받은 것으로 알려진 그가 한국에 남을 가능성은 없다.
서완석 체육전문기자
[프로배구] “시몬, 넌 아느냐? 한국서 한 일을” OK저축銀, 맹활약 펼치고 떠나는 외국인 첫 송별회
입력 2016-03-03 20:04 수정 2016-03-04 0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