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속 박지원 의원이 국민의당에 전격 합류하면서 추락 중인 국민의당이 반전 기회를 잡았다. 박 의원을 따라 권노갑 전 더불어민주당 고문 등 동교동계 인사들도 국민의당 합류를 선언해 야권의 판도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국민의당의 원내교섭단체(국회의원 20석 이상) 구성이 가시화된 만큼 지지율을 끌어올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박 의원은 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국민의당 안철수 천정배 공동대표와 합의문을 발표하고 입당을 공식화했다. 박 의원은 “국민의당에 합류하게 된 건 저 개인적으로 여러 가지 고민하면서도 희망이 있다는 확신을 갖고 결정했다”며 “총선 승리와 정권교체의 기틀을 마련하는 데 저도 미력이나마 협력하고자 오늘 결심했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또 “어떤 당직도 요구하지 않고 백의종군하면서 총선 승리를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헌신적으로 하겠다”고도 말했다.
총 3개 항목으로 구성된 합의문에는 한반도 평화와 정권교체를 위해 조건 없이 협력한다는 내용과 합리적 진보와 개혁적 보수의 결집을 통해 민생정치를 구현하자는 문구가 포함됐다. 마지막 3항에는 박 의원이 국민의당에 합류해 총선 승리와 정권교체를 위해 헌신하겠다는 내용이 들어 있어 입당을 못 박았다
지지율 추락과 내부 갈등으로 궁지에 몰렸던 국민의당은 일단 한숨을 돌린 모습이다. 안철수 공동대표는 “박 의원의 합류로 정치의 큰 판을 바꿀 수 있는 힘을 얻었다”며 “국민의 기대에 걸맞게 내부를 제대로 정비하고 통일된 목소리로 힘을 얻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천정배 공동대표도 “박 의원 합류로 당 지지율이 10%는 올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창당 한 달 만에 당의 큰 경사고 야권을 지지하는 많은 개혁적 국민들에게 희망과 기대를 갖게 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박 의원이 국민의당을 선택함에 따라 ‘호남 민심’의 향방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영원한 비서실장’으로 불리는 박 의원은 전남에서 영향력이 크다. 또 더민주 탈당 전 문재인 전 대표가 호남을 홀대하고 있다며 친노(친노무현) 패권주의 청산을 외치며 호남 민심을 건드리기도 했다. 더민주로서는 박 의원의 국민의당 행(行)이 달갑지 않은 이유다. 하지만 그동안 박 의원은 야권통합을 강조해 왔기 때문에 더민주의 야권통합 제안이 국민의당 내부에서 공명을 얻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박 의원은 당초 저축은행 사건으로 항소심까지 유죄를 선고받았으나 지난달 대법원이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하면서 극적으로 몸값이 폭등했다.
박 의원의 영입으로 현역 국회의원 18명을 확보한 국민의당은 앞으로 2명만 더 합류하면 원내교섭단체가 된다. 선거 보조금은 다음 달 28일 지급되며 이때까지 교섭단체를 구성할 경우 72억8000만원을 받을 수 있다.
더민주 컷오프 결과 공천에서 탈락한 전정희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당에서 함께하자면 하겠다”고 선언해 사실상 합류 인사로 분류된다. 송호창 의원은 2012년 대선 당시 안철수캠프에서 활동한 적이 있어 국민의당 합류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된다.
고승혁 기자 marquez@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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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3-02 21: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