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시간이 없다”… 총선용 다목적 노림수 ‘야권 통합’ 기습제안

입력 2016-03-03 04:00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2일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회의에서 야권 통합을 제안한 뒤 잠시 상념에 잠겨 있다.이동희 기자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2일 야권통합을 제안하면서 총선 직전 야권이 또 한번 출렁일 전망이다. 그러나 당내에서는 김 대표의 제안이 국면 전환과 수도권 의원 달래기, 국민의당 분열까지 노린 ‘총선용 다중포석’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김 대표는 국회 당대표실에서 열린 비상대책위회의에서 “시간이 없다”며 야권통합을 제안했다. 이어 “각기 나름대로의 이기심에 지나치게 집착하지 말고 대의를 위해서, 앞으로의 민주정치 발전을 위해서, 이번에 야권 승리를 가져오고 내년 대선에서의 정권교체를 이루기 위해서도 야권이 단합된 모습을 보여줄 것을 다시 한번 재청드린다”고 했다. 김 대표가 야권통합을 공식 제안한 것은 처음이다. 김 대표는 전날 의원총회에서도 당 소속 의원들에게 같은 제안을 했고, 의총에서 이에 반대하는 의원은 없었다고 한다.

실제 야권통합이 성사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더민주는 최근까지 탈당한 의원을 매개로 국민의당과 물밑 접촉을 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더민주 측은 국민의당 천정배 공동대표와 김한길 상임선대위원장의 ‘유보적 반응’도 이 같은 흐름의 연장선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하지만 국민의당 측은 야권통합은 야당 현역 의원들의 계속된 요구였을 뿐 심도 있는 접촉은 없었다는 설명이다.

김 대표 본인도 야권통합 성사 가능성을 크게 보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핵심 당직자는 “김 대표가 야권통합이 성사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던진 메시지는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 다만 선제적으로 제안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전했다. 야권 지지자들의 지속적 요구사항인 야권통합을 먼저 제안하면 성사될 경우 ‘통합의 공(功)’을 김 대표가 가져갈 수 있고, 국민의당이 거부할 경우 분열 책임을 돌릴 수 있다는 것이다.

김 대표의 제안에는 야권 분열로 불안에 떨고 있는 수도권 의원들을 달래기 위한 의도도 엿보인다. 수도권 의원들은 분당 사태 이후 줄곧 야권연대를 요구해 왔지만 김 대표는 부정적 입장을 견지해 왔다. 한 수도권 초선 의원은 “당 차원의 통합은 어렵겠지만 선거연대의 물꼬는 트이지 않겠느냐”고 기대감을 표했다.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 정국에서 국면전환을 위한 카드로도 읽힌다. 야권통합 논의로 필리버스터 이슈를 탈출하겠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그동안 필리버스터가 총선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 더민주가 필리버스터가 진행되는 동안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더민주 지지층 못지않게 새누리당 지지층도 결집시키는 부정적 효과가 나왔다고 한다.

일각에서는 국민의당 분열을 겨냥한 ‘선공(先攻)’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 대표는 비대위회의에서 “더민주를 탈당한 분 대다수가 더민주 당시 지도부 문제를 걸고 탈당했기 때문에 그 명분은 다 사라지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했다. 탈당파가 문제 삼았던 ‘친노(친노무현) 패권주의’가 옅어졌으니 야권이 다시 손을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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