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현 회장, ㈜CJ·CJ제일제당 이사직 물러나

입력 2016-03-02 21:11

구속집행정지 상태로 서울대병원에서 투병 중인 이재현(56·사진) CJ그룹 회장이 CJ주식회사와 CJ제일제당의 등기이사에서 사임하기로 했다. 이 회장이 그룹의 지주회사와 핵심 계열사에서 물러남에 따라 CJ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가능성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CJ주식회사와 CJ제일제당은 2일 이사회를 열고 이달 말 임기가 만료되는 이 회장 대신 신현재 CJ주식회사 경영총괄 부사장, 허민회 CJ제일제당 경영지원총괄 부사장을 각각 사내이사로 선임하기로 결의했다. 오는 18일 두 회사의 주주총회에서 새 등기이사 선임 안건이 통과되면 이 회장은 그룹 내 일체의 법적인 직함을 맡지 않게 된다.

이 회장은 당초 7개 계열사의 등기이사를 맡아 왔다. 그러나 2013년 신장이식 수술로 입원한 후 2014년 CJ E&M·CJ오쇼핑·CJ CGV, 2015년 CJ대한통운·CJ올리브네트웍스의 등기이사 임기가 만료될 때 재선임되지 않는 방식으로 보직을 사퇴해 왔다. CJ그룹 관계자는 “이 회장은 신장이식 수술에 따른 거부반응과 면역억제제 부작용 등으로 불안정한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며 “업무를 계속 수행하기 불투명하다는 판단에 따라 자연스럽게 사임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CJ그룹의 경영체제에 어떤 변화가 생길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 회장의 두 자녀는 경영수업 중이지만 아직 경영권을 물려주기에는 이르다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 회장의 딸 경후(31)씨는 CJ그룹 미주법인에서 일하고 있으며, 아들 선호(26)씨는 CJ제일제당 대리로 근무 중이다.

따라서 지금처럼 손경식 회장과 이채욱 부회장이 참여하는 경영위원회에서 큰 결정을 내리고 각 계열사는 전문경영인들의 책임경영을 더욱 강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CJ그룹 관계자는 “당장은 재상고한 재판에 집중하고 있다”며 “각 계열사 전문경영인들의 책임경영을 강화해 총수 공백을 최소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업비리 혐의로 기소된 이 회장은 지난해 12월 파기환송심에서 2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으며, 현재 대법원에 재상고하고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