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방지법을 저지하기 위한 야당의 필리버스터가 2일 종료됐다. 지난달 23일 정의화 국회의장이 테러방지법을 본회의에 직권상정하면서 시작돼 9일, 192시간 만에 막을 내렸다. 필리버스터 종결 직후 국회는 본회의에서 새누리당이 제출한 테러방지법과 북한인권법, 선거구 획정안이 담긴 공직선거법 개정안 등을 표결 처리했다.
◇李 “눈물을 머금고 내려간다”…野 수정안 냈지만 부결=오전 7시1분 마지막 토론 주자로 단상에 오른 이 원내대표는 “제가 잘못 판단해 필리버스터 종결을 수용하고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며 “죽을죄를 지었다. 용서해줄 때까지 버티겠다”고 했다. 필리버스터는 이 원내대표의 작품이었다. 당내 반대를 무릅쓰고 처음 제안해 강행했고 진두지휘했다. 당내에선 “원내대표 취임 후 가장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줬다”는 평가와 “출구전략을 제대로 세우지 못했다”는 비판이 함께 나왔다. 이 원내대표는 오후 7시32분 단상에서 내려왔다. 같은 당 정청래 의원이 세운 11시간39분의 최장 무제한 토론 기록을 깼다.
더민주는 필리버스터를 통해 테러방지법의 독소조항을 충분히 알렸다고 자평했다. 그러면서 총선에서 이런 법안을 심판해 달라고 호소했다. 김 대표는 “국민 여러분이 야당에 국회를 지배할 수 있는 의석을 확보해 주신다면 더민주가 테러방지법이 갖고 있는 국민 인권 유린의 가능성을 제거하는 수정을 반드시 해낼 것”이라고 했다. 더민주는 이날 테러방지법 수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필리버스터가 끝날 때까지 국회 주변에서 대기했다. 김정훈 정책위의장은 오전 의원총회에서 “원내대표끼리 합의했으면 오전 10시에 법안을 처리할 수 있도록 깔끔하게 마무리해야 하는데, 참 징그럽다”고 쏘아붙였다.
◇테러방지법·선거법·北인권법 막판까지 진통=오후 9시30분이 넘어 개의된 본회의는 시작부터 분위기가 과열됐다. 정 의장은 “오랜 여야 협상 결과 국정원에 대한 통제 장치는 다각도로 마련됐다고 본다”며 “많은 야당 의원들이 이 법에 대해 무제한 감청을 허용하는 법안이라고 주장했지만 사실과 다르다”고 했다. 야당은 반발했다. “사회나 보라”는 고성이 터져나왔고 이 원내대표가 의장석 앞까지 나가 강력 항의했다. 정 의장은 “사회나 보는 것이 의장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발언을 이어갔다. 그는 “테러 행위에 맞서기 위한 제도와 시스템을 강화하는 것은 자유와 인권을 지키기 위한 문명국가의 의무”라고 했다.
필리버스터 종결에 따라 첫 안건으로 상정된 테러방지법에 대해선 마지막까지 치열한 토론이 벌어졌다. 새누리당 주호영 의원은 야당 수정안이 옥외 집회·시위를 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시킨 데 대해 “테러는 예방이 최선이고 발생하면 엄청난 인명 살상을 가져온다”며 “야당의 수정안은 테러방지법이 아니라 테러방치법”이라고 했다. 이어 연단에 선 더민주 김광진 의원은 새누리당 의원들을 향해 “법안을 한번이라도 읽어봤느냐. 이번 투표 기록이 평생 따라다닐 것”이라고 했다. 발언이 끝날 때마다 여야 의원석에선 상대 당을 겨냥한 비난과 야유가 쏟아졌다.
더민주는 자체 수정안이 부결되자 본회의장을 떠났다. 테러방지법은 새누리당 의원들만 참석한 가운데 재석 157명 중 찬성 156명, 반대 1명으로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민의당 김영환 의원이 반대표를 던졌다. 선거법도 법사위를 거쳐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었다.
권지혜 고승혁 기자 jhk@kmib.co.kr
비난·야유·고성… 테러방지법, 野 퇴장 속 與 단독 처리
입력 2016-03-02 21:57 수정 2016-03-03 0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