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현지시간) 슈퍼 화요일 대회전(大會戰)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공화당 경선이 열린 11곳 중 7곳에서 압승을 거두면서 이제 공화당 대권주자의 향방은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과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의 2위 단일화 구도에 따라 판가름나게 됐다. 각자도생으로는 트럼프의 기세를 꺾기가 사실상 불가능해서다.
‘트럼프 대항마’ 경쟁에서 한발 앞서가고 있는 크루즈는 자신의 본거지이자 이날 가장 많은 대의원이 걸려 있는 텍사스주와 인근 오클라호마주 등 백인 보수층이 굳건한 남부지역과 알래스카에서 트럼프를 꺾으면서 존재감을 확실히 과시했다. 득표에 비례해 획득한 전체 대의원 수도 트럼프와 현격한 차이를 허용하지 않아 추격의 불씨를 살렸다. 뉴욕타임스(NYT)는 “세 곳의 승리로 크루즈는 트럼프의 유일한 대안이 자신이라는 주장을 더 강화했다”고 분석했다.
반면 루비오는 ‘공화당 주류의 지원 속에 곧 2위로 부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무색할 정도로 졸전을 펼쳤다. 북부 미네소타주 한 곳에서 1위를 차지하며 체면치레를 했고 대의원 규모가 큰 수도권 버지니아주에서도 트럼프에 근접한 득표율을 올리며 선전했다. 하지만 버지니아를 제외한 모든 주에서 크루즈에 패했고 버몬트와 매사추세츠에서는 존 케이식 오하이오 주지사에게도 추월을 허용했다.
특히 백인과 복음주의 세력의 비율이 높은 정통 보수지역인 남부에서 루비오가 크루즈에게 참패했다는 점은 트럼프 대항마 싸움에서 크루즈가 격차를 점차 벌려가고 있음을 시사한다. 슈퍼 화요일 당일에만 크루즈는 루비오에 비해 배가 넘는 대의원 수를 확보해 향후 단일화에서 유리한 발판을 확보했다.
이날 텍사스에서의 승리 소식이 전해지자 크루즈는 “트럼프의 후보 지명 가능성이 점점 더 가시권에 들어오고 있다”며 “오늘 밤 이후 트럼프와 승부를 겨룰 만한 유일한 세력은 우리뿐”이라며 단일화를 에둘러 촉구했다. 루비오와 크루즈의 단일화가 이뤄질 경우 공화당 주류의 지지를 양분하는 서로의 표를 더해 트럼프와의 경쟁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루비오 측은 일단 7월 전당대회까지는 독자 노선을 걷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이날 2위 결정전에서 우위를 점해 3월 15일 미니 슈퍼 화요일에 후보 단일화로 존 케이식 지지층을 흡수하려던 당초 청사진에는 제동이 걸렸다. 결국 3인의 단일화 지형은 루비오의 텃밭인 플로리다 등 대형 선거구가 걸린 오는 15일 윤곽을 드러낼 전망이다.
정건희 기자
크루즈, 호시탐탐… 텍사스·오클라호마주 압승
입력 2016-03-02 21:41 수정 2016-03-03 01:03